< 답변 >

　또 다시 좋긴 누가 좋단 말이오?· · · · · · 지금 당장 여기에서 모든 걸

그칠 수 있어야 정법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소.‘나’라는 생각도 ‘나’

아니라는 생각도, 이렇다는 생각도 이렇지 않다는 생각도, 온갖 시간, 공

간적인 차별법을 지금 당장 여기서 끝내야 하오. 끝낸다는 말을 들으면

뭔가 시작해서 진행 중인 일을 지금 끝낸다는 걸 떠올리지요? 아니오. 그

렇지 않소. 시작도 끝도 본래 없소. 불생불멸(不生不滅)이오. 그런데 범부

의 눈에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가 지은 업(業)

때문에 나타나는 환상 때문에 그런 거요. 생주이멸(生住異滅)하고, 생로

병사(生老病死)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듯 보이는 것이 전부 그림

자요, 환상이라 소리요.

　그게 뭐건 간에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고 그 두 가지를 엮어서 생각이

줄줄줄 이어진 것은 몽땅 전부 환상이오. 그 실상을 깨닫고 지금 당장 여

기서 쉬어야 한다 소리요. 그러지 못하고 이 몸뚱아리가 ‘나’라는 묵은 살

림살이를 계속 뒤척거리는 사람은 가망 없소. 지금 이 말을 알아듣는 것

도 ‘나’고, 못 알아듣는 것도 ‘나’요. 그런데 이 놈이 없다면, 다시 말해 사

건의 현장에 ‘나’라고 하는 주체가 없다면, 알아듣고 혹은 못 알아듣는다

소리는 전부 헛소리요.

　‘나’가 있기 때문에 ‘너’가 있고, ‘나’가 있기 때문에 산하대지가 있는 거

요. 관찰자와 관찰대상은 서로 마주보며 세워진 거요. 그런데 만법이 성품

이 없으면, 안으로 마음도 없고 바깥으로 경계도 없는 거요. 이렇듯 마음

과 경계가 다 소멸되면 여러분의 생각이라는 것은 다 뭐요? 마음이 경계

를 대해 뭐라고 뭐라고 궁시렁대는 바로 그 생각이라는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오?· · · · · · 이 언저리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