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우리가 깨달음이라고 할 때에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를 굳이

말하자면 바로 전체성(全體性)이오. 늘 입버릇처럼 참된 하나라

고 말은 하면서 ‘나’와 ‘너’는 분명히 다르고, 모든 이런 것과 모든

저런 것 또한 이미 다른 것이라고 붙박이로 무의식중에 전제되어

있소. 그럼 그것이 언제부터 다르게 보였는가? 즉 참된 하나를

언제부터 분별하여 다르게 보았는가? · · · · · · 여기 있는 이

‘나’를 실체로 여기고 저 밖에 있는 대상도 실체로 여겨서 그 사이

에서 지지고 볶으며 숱한 지식과 상식, 지견을 말아낸 거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고 있소. ‘나’도 경계도 실체는 없는 것이라는 사

실을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설해 왔는데도 말이오. 진실이

이럴진대 이 자리에 와서도 기존의 지식과 지견을 앞세워 이것과

저것의 관계, 같고 다름을 들이댄다면 그 사람은 정말 가망 없는

거요. 이것과 저것이 몽땅 자체의 성품이 없어서 아무 실체도 없

는데 무슨 둘 사이의 관계를 묻는단 말이오. 설사 둘 사이의 관계

를 알았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소. 둘 다 허깨비인데.

　근본은 하나요. 매순간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사니 전체성이

개오(開悟)되지 못했다 소리를 하는 거요. 한 마디로 우주 전체가

‘내’ 거요. 우주 전체가 ‘내’ 것인데도 쓰는 것 보면 종짓잔 보다도

못하게 쓰고 있는 거요 지금. 다들 무진장한 법고(法庫)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래의 참된 하나를 숱하게 쪼개놓고는 다시 그들 사

이에서 같으니 다르니 하며 관계를 따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

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오. “미륵 참 미륵이여, 천백억으로 분신

(分身)하도다.” 그것들이 몽땅 부처의 또 다른 모습인 거요. 근본

은 하나임을 잊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