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진리는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 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요. 모든 이런

것과 모든 저런 것이 다 성품이 없는 거요. 그게 전부 앞서간 사람들이

어질러놓은 것에 불과하오. 떠받들어 모실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소리요.

내가 하는 말 아무리 잘 외워도 소용없소. 경전 아무리 달달 외워도 소

용없소. 부처님 스스로가 그렇게 말씀하셨소. “나는 법을 설하는 자가

아니노라. 내가 법을 설했다고 하는 자는 부처를 비방하는 자니라.”

라고.

　질문할 때, 골똘히 생각해서 남 보기 근사하게 꾸며대려고 애쓰지

마시오. 그게 다 조작이오. 전혀 조작 없는,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시오. 여러분이 2살, 3살 때에는 아무 조작이 없었소. 어떻게

하면 어른들 눈에 들고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이뻐하는가를 알아차리

기 시작하면서부터 조작이 시작되고 그 마음이 이지러지기 시작한 거

요. 그러다 급기야 지금에 이른 것이고. · · · · · · 종치면 그저 소리

날 뿐이오. 그것으로 된 거요. 어떻게 소리를 내야 옳은가 궁리하는 건

전혀 쓸 데 없는 인간의 망상이오. 어차피 질문의 내용이나 답변의 내

용 속엔 아무 것도 담을 수가 없는 거요. 그저 물음이 있고 답변이 있

으면 그것으로 된 거요. 언제나 환히 드러나 있는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 묻고 따지고 궁리하는 수속 절차는 필요 없소.

　만법이 모두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다

고 말했으면 할 말 이미 다한 거요. 의식이 있을 때에 의식을 굴리는

자가 있어서 의식을 굴리는 게 아니라 소리요. 인연으로 말미암아 물

결칠 뿐인 거요. 만법이 성품이 없는 줄 아는 사람은 그 인연마저도

궁극적으로 아무 데도 붙을 데가 없는 빈 것임을 훤히 알 터이니 안팎

으로 텅 트여서 그 무엇도 장애할 것이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