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자기 문제를 물으시오. 뭔가를 자꾸 알고 싶어 하는 그놈의 장단에 정신

없이 휩쓸려 다니지 말고 자신의 문제를 거론하시오. 그놈은 누차 얘기하

지만 실체도 이도저도 없는 그림자요. 그런데도 계속 이게 뭔가, 저게 뭔가

뜻을 묻고 관계를 묻고· · · · · · 그래가지고서야 그놈이 소멸되기는커녕

강화되기만 할 뿐이오. 이곳은 알음알이 구하는 곳이 아니오. 그 알음알이

가 지금 여러분을 생사고해에 빠뜨린 원흉이오.

　모든 법은 자체로 성품이 없소. 여러 말 필요 없이 이 말의 깊은 뜻만 추

구해 들어가도 일찌감치 해탈했을 거요. 모든 법이 성품이 없으면 해탈도

성품이 없고, 해탈하겠다고 분주히 뛰어다니는 놈도 성품이 없는 거요. 그

렇다면 해탈이 도대체 무슨 쓸데없는 소리요? 그러니 이 마당에 와서도 온

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을 갖고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자는 가망 없는

거요. 밭 갈고 씨 뿌리는 봄소식일 때야 같이 데리고 가야겠으니 그런 질

문에 응대도 해주고 그러지만 지금은 가을도 늦가을에 수확을 거둬야 할

판국에 “이게 뭡니까? 저게 뭡니까?”만 묻고 있으니, 지금 까지 법문을 들

으면서 제대로 된 참구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이 게으름만 피운 거요.

　거울이 비추는 성품을 어디서 배워갖고 온 게 아니듯이 여러분의 그 ‘신

령한 앎의 성품(靈覺性)’은 다시 배우고 보태고 덜고 할 필요가 없소. 그

신령한 성품은 도대체 알아야 일도, 몰라야 할 일도 없소. 저절로 환히 빛

나는 거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비추는 성품은 한 치의 짬도 없이 작동하

고 있소. 그러니 제발 알음알이를 갖고 그 영각성을 쓸어 덮으려 하지 마

시오. 아무리 희한하게 묻고 팔만사천 법문을 토씨 하나 안 빼놓고 달달

외운다 한들 여러분의 본래부터 아는 그 성품하고는 아무 상관없소. 그

신령한 성품이 모든 지각작용의 근본이 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