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소. 개운하건 개운하지 않건, 편안하건

편안하지 않건 질문자의 본래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소. 하늘에 구름이

끼건 안 끼건 하늘은 늘 그대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본래 마음은

성품도 없고 모양도 없고 작용도 없소.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고 말하

고,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하는 게 지금 전부 작용이 없는 거라 소리

요. 작용 없는 작용인데 지금 그걸 모르고는 실제로 작용이 일어났다

고 그러는 거요. 그러니 거기엔 작용을 일으키는 ‘나’도 있고 작용이

시원치 않아 개운치 않아 하는 ‘나’도 있는 거요. 작용이 원래 없는 것

이니 그러면 작용하는 놈도 없을 것이고, 그렇게 개운하다 커니, 개운

치 않다 커니 중얼거릴 ‘나’도 본래 없는 거요.

　“뭔가 잘 안 됩니다” 하는 사람은 아직도 꿈꾸고 있는 거요. “모든

게 훤칠하게 벗어나서 아무 일도 없습니다” 하는 사람도 여전히 꿈꾸

고 있는 거요. 이 법이 면전의 법이 아니어서 여러분의 의식으로 포착

되어 지는 법이 아닌 거요. 그러니 뭔가 이해하고 알면 알수록 거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소. 둘째 자리에서 살림 차린 거요.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곧장 가로질러 ‘나’ 없는 경지로 들어

가야한다’ 소리를 많이 들었을 거요. 말은 쉬운데 그리하지 못하고 여

러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뭐요? · · · · · · 바로 몸과 마음이오. 이

몸과 마음을 ‘나’로 알고 있기 때문에 공부의 진척이 없이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거요. 움직임 없는 ‘참마음’, 생사 없는 ‘참 몸’

을 등지고, 허깨비 같이 시시각각 변하고 움직이는 이 몸과 마음을

붙잡아 ‘나’로 삼고 있는 한, 천하 없는 법을 가지고도 제도할 방법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