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해하면 틀려요. 이해하는 건 의식이오. 알고 모르고 하는 건 의식이란

말이오. · · · · · · 신령한 깨달음의 성품, 비추는 성품, 이것을 마음이라고

하는 거요. 여러분이 마음이라고 하는 건 마음이 아니라, 의식을 붙잡고는

그걸 마음이라고 잘못 아는 거요. 여여한 본래 마음에 비친 움직이는 마음,

움직이는 몸을 붙잡아 ‘나’로 삼고, 이놈을 행위의 주체, 사고의 주체로 삼

은 거요. 이놈은 지각도 힘도 없소. 지금 이 말을 안 믿는 거요. 누가 뭐라

하든 말든 계속 이놈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해서 지견만 꾸역꾸역 수

집하고 있소. 소지(所知), 즉 아는 바가 있으면, 능지(能知), 아는 자가 있

게 마련이오. 불법(佛法) 공부의 근본은 요약해 말하면, 곧장 가로질러

‘나’ 없는 경지에 들어가는 거요. 결국 아는 바가 있으면 아는 놈이 생겨서

‘나’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령된 ‘나’가 강화될 뿐이오. 이건 전혀 거

꾸로 가는 거요. 이런 사람은 절대로 지귀(知歸)할 수 없소. 근원으로 돌아

가지 못한단 말이오. 그 본래 성품자리에서 인연 따라 한 생각 일어나면,

그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그 한 생각 속으로

뛰어들어 온통 알음알이를 굴리며 난리를 피우는 거요. 그래 가지고선 성

품을 밝히긴 영영 글렀소.

　중생은 의식을 내 마음인줄 알고 살아온 지가 너무 오래 됐소. 그래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으로써 그것이 마음공부인줄 아는 사

람이 대부분이요. 다시 말하지만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알면 환화공

신인 이 허망한 ‘나’가 강화될 뿐임을 명심하시오. 파조타(破?墮) 선사 얘

기가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오. · · · · · · 의식이 움직여도 그걸 좇지

말고 그냥 보시오. 좋으면 좋다고 그냥 보시오. 나쁘면 나쁘다고 그냥 보

시오. 좋다, 나쁘다는 의식이 짓는 제한적인 분별의 찌꺼기에 불과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