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모든 경계가 허망하다고 하는 이유는 만법이 성품이 없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거요. 성품이 없다는 얘기는 언뜻 겉으로 보기엔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요. 여러분도 나도

다 마찬가지요.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고 뜻이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내’ 마음속에 비친 업(業)의 그림자요.

　지금 여러분과 내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일은 없

소. 내 마음속의 여러분한테 여러분 마음속의 내가 얘기하고 있는 거

요. 마음 바깥에 그 무엇이 있는 게 아니오. 온통 하나의 마음뿐이오.

진실이 이러함에도 계속 마음 바깥에 모양이 있고, 마음 바깥에 소리

가 있어서 그 모양과 소리를 여기 있는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잣대

로 분별하고 분석해서 뭔가 묘한 걸 알아내고 등등, 그런 짓은 세속

의 속인들이나 하는 짓이요. 여러분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곧장

자기 마음을 분명히 밝히는 일이요.

　마음 바깥의 일이란 것이 있을 수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보이더라

도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마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 따위에는

절대 신경 쓰지 마시오. 전염병이 창궐을 하든 말든, 물난리가 나서

온 나라가 떠내려가든 말든, 그게 전부 제 마음으로 말미암아 나타나

는 업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오. · · · · · · 마음뿐이오.

마음 밖에는 티끌만한 한 법도 없소. 그런데 여러분 마음은 어떻소?

온통 하나의 마음뿐이라 평등한데도 그 평등한 법 가운데에 있으면

서도 끊임없이 이해득실 앞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소? 이로

운가 해로운가, 편안한가 편안치 않은가, 전부 그런 것에만 지금 민

감하게 반응하고 있소. 그런 건 속인들이나 하는 짓이오. 그러면서

어떻게 이 대법을 받아가지겠다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