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면 주재자(主宰者)가 없소. 모든 법은 인연

으로 말미암을 뿐, 짓는 자가 없고 따라서 짓는 바도 없는 거요. 말하기는

말하는데 말하는 자가 없소. 말하는 자가 없는데 어떻게 말한 바가 혼자 세

워지겠소? 듣기는 듣는데 듣는 자가 없소. 듣는 자가 없는데 어떻게 들은

바가 혼자 있겠소.? 즉 말하고 듣고 하는 어간에 주재자가 없다는 얘기요.

말하는 자, 듣는 자가 실제로는 없는 거요. 이게 무생법인이오. 결국 설청

(說聽), 즉 말하는 자나 말을 듣는 자나 전부 한마음 가운데에서 이루어지

는 일이지, 말하는 자, 말 듣는 자가 각기 마음하고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소리요. 제가 지은 제 마음을 보고 있는 거요.

　모든 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이 고깃덩어리는 참으로 지각(知覺)이

없소. 견문각지 모든 지각활동은 바람 따라 출렁출렁 물결이 이는 것 같

아서 실제로는 나는 데가 없는 거요. 여러분의 모든 느낌이 그러하오. · ·

· · · · 이 말을 얼마나 절절하고 깊이 듣는가의 여부에 따라 이 오음(五

陰)의 몸에서 해방되는가 안 되는가가 갈래 지워지오. 아무리 별 소릴 다

해도 끝내 ‘내가 보고, 내기 듣고, 내가 느끼고, 내가 하고’ 그렇다고 하는

사람은 더 이상 구처가 없소.

　무공용지(無功用地)라, 몸과 입과 뜻(身口意)을 수고롭게 해서 공들여

뭔가 하는 일이란 영원히 없소. 과거에는 있었는데 현재에 없다 소리가

아니고,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이 육신은 본래 환화공신(幻化空身)

이오. 오직 인연으로 말마암을 뿐이지 그 누군가가 있어 해와 달을 돌게

하고 그로 인해 일 년 365일, 시간의 길고 짧음이 정해진 일이 없소. 다

만 맹한 중생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에서 망령되이 시간의 흐름을 보고

만법의 오고 감을 지었을 뿐이지, 진실로 안팎으로 아무 일도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