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몸과 입과 뜻(身口意)이 전부 인연생기요. 특히 이 육신도 인연으로 말미

암을 뿐이니 늘 남보다 돋보이려고 으쓱거리는 이 고깃덩어리도 사실은 전

부 빈 모습뿐이요, 빈 이름뿐이요, 빈 뜻뿐임을 알아야 하오. 그러니 제 아

무리 신구의 삼업(三業)으로 날고 긴다 해도 몽땅 작용이 없이 빈 것, 헛 것

이라 소리요. 삼업이라 함은 간단히 말해 ‘나’요. 결국 그 ‘나’가 짓는 모든

업(業), 그게 학업이 됐건, 생업이 됐건, 무슨 업이 됐건 전부 다 작용이 없

는 거요. 빈 놈이 지어 봐야 전부 빈 거라 소리요. 그런데 그 빈 업을 소멸

해야겠다고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여러분들 얼마나 분주하오?

　이 육신은 ‘나’가 아니오. 모름지기 참 사람이 돼야 하오. 참 사람은 인연

으로 말미암아 생멸하지 않소. 참 사람은 목숨과 함께 하지 않소. 참 사람은

다른 인연에 기댈 일 없이 늘 스스로 온전하오. 여러분이 전부 다 지금 그렇

소.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거요. 그걸 모르고 뭔가 대단한 것을 깨달아 부처

지혜의 경지에 들어가려고 계속 뭔가를 꾸역꾸역 주워 먹고 뒤집어쓰며, 지

금 이 ‘나’가 아닌 다른 훌륭한 또 다른 ‘나’가 되기 위해 헐떡이느라 그 삶이

그렇게 늘 피곤한 거요.

　법성신(法性身)을 드러내야 하오. 그게 ‘참 나’요. 지금까지 ‘나’라고 알고

있던 것은 전혀 망령되이 생각만으로 지어 나툰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절

절히 밝혀내야 하오. 그러지 않고는 한 발작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소. ‘나’

라고 하는 실유(實有)가 실제로 있다는 생각(我相), 그 ‘나’가 사람이라는 생

각(人相), 그 ‘나’가 깨치지 못한 중생이라는 생각(衆生相), 그 ‘나’가 나이가

암만이라는 생각(壽者相), 이런 것들이 여러분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한

부처님 법을 받아가질 가장 초보적인 채비도 안 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