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마음뿐이오. 마음 바깥에는 티끌만한 한 법도 없소. 문화니 문명이니 하는 이

름으로 펼쳐져온 모든 인류의 업적들, 그런 것들이 전부 다 마음 바깥에 뭔가가

실제로 존재한다(實有)는 전제하에서 망령되이 빚어낸 것에 불과하오. 그게 뭐

가 됐건 예외가 아니오. 부처님 팔만사천 법문도 예외가 아니오. 부처님은 이 법

은 맞고 저 법은 틀리고 하는 식의 말씀을 하신 게 아니라, 온갖 법이 전부 다 마

음뿐이요, 마음이 그대로 부처요, 마음 바깥에는 티끌만한 한 법도 없으니 결코

현혹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거요.

　이 세상 어떤 존재도 의미는 없소.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소? 좀 더 의미 있고

좀 더 보람된 그 무엇을 찾으러 여기 와 앉아있는 것 아니오? 의미니 보람이니

하는 건 전적으로 인간 두뇌의 산물이오. 전혀 실답지 않은 거요. 그런데 놀랍게

도 그 허망한 의미니 보람이니 하는 것으로 범부들의 마음은 거의 완전히 점령

당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마음뿐이오. 그 마음에다 켜켜로 자꾸 뭔가 얹으려 하지 마시오. 그래 봤자 허

공은 본래 말뚝을 받아들이는 일이 없소. · · · · · · 지금 이 자리에서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 다 떠나시오. 그리고 되돌아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 가운데

의 일을 마음대로 종횡(縱橫)하시오. 그게 바로 쇄쇄낙락(灑灑落落)이오. 거기엔

이미 아무 자취도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