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여기 앉아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다 여래요. 부처라 소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그러한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은 채로

가죽주머니 속에 갇혀서 지지고 볶고 살다가 마침내는 속절없이 가는 거라

고 여기고 있소. 사도세자는 뒤주 속에 갇혀서 숨을 거뒀다지만, 여러분은

이 ‘나’라고 하는, 심지어는 실체도 없는 멍에에 스스로 갇혀서 허우적거리

다 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오. ‘나’라고 하는 놈은 조금만 따져 봐도

없는 게 확실한데도, 어디를 찾아봐도 없는 게 확실한데도, 추호의 의심도

없이 으레 습관적으로 이놈을 ‘나’로 받들어 모시고 ‘살아간다’고 하는 거요,

지금. ‘나’라는 놈은 전적으로 환상만 가지고 지어놓은 거요.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는 법문은 수행의 주체인 ‘나’가 저 밖에서 들려오

는 소리를 듣고 묘한 지견을 얻어 깨닫게 된다는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오.

그런 일은 없소. 애초부터 그런 일은 없었던 거요. 그런데 그 의식이란 놈이

숱한 그림자 가운데 한 놈을 붙잡아서 ‘나’로 삼은 거요. ‘나’를 삼는 순간

‘너’가 생기고 온갖 천지삼라만상이 지어진 거요. 그렇게 ‘나’와 ‘너’를 둘로

나누어 놓고 모든 세상을 바라보니 ‘관견(管見)한다’ 소리를 면치 못하는 거

요. 지금 하는 말은 그 붓대롱을 떨쳐버리고 전체를 보라는 소리요. 전체를

본다는 것은 의식을 통해서 보는 게 아니오. 그것은 ‘본 자’도 ‘보는 바’도

없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환히 그냥 비출 뿐이오. 그게 우리의 천진한 본래

마음이오.

　이런 말을 기존의 상식의 틀을 들이대서 이치로 따지고 요리조리 재서 이

해하려고 들지 마시오. 그러는 순간 벌써 의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든 거

요. 그저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무슨 말이든 흘러왔다 흘러가게 그냥 내버려

두시오. ‘내 것’으로 챙길 생각 말고.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온통 뒤

죽박죽이 되거나 제멋대로 또 다른 상식의 틀이나 만들 뿐이오. 이 길이 그

렇게 의식을 굴려 상식의 연장선에서 가는 길이 아니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부처인데 뭘 또 다시 도모할 게 그리 많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