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뭔가 알아내려고, 뭔가 깨치려고, 또 어떤 수승한 경지에 도달하려고 지금

여러분들이 헐떡헐떡 갈망하는 것, 그 갈망은 다른 말로 다툼이오. 지금 현재

자신 앞에 닥친 모든 상황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그건 죄다 쓸어버리고, 오

매불망 하던 해탈, 열반의 경지를 얻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면 그건 엄연한

다툼이요, 갈등이오. 지금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어떠한 고행도, 결

국 그로 말미암아 어떤 영광스러운 과보(果報)가 주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니겠소? · · · · · · 그러한 다툼을 통해서는 절대로 불과(佛果)를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시오.

　이 소리를 듣고 앞으로는 ‘다툼 없음’으로 가야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다툼

한 가운데에 있는 거요. ‘다툼 있음’을 버리고 ‘다툼 없음’으로 가겠다는 것은

여전히 또 하나의 다툼이기 때문이오. 지금 ‘다툼 없음’을 말하는 뜻은 ‘다툼

있음’은 틀리고 ‘다툼 없음’이 맞다, 이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오. ‘다툼 있

음’과 ‘다툼 없음’은 똑 같은 거요. ‘다툼 있음’도 보지 않고 ‘다툼 없음’도 보지

않아서 도무지 그 마음의 흐름에 장애가 없을 때, 그 정도 돼야 비로소 다툼

없다고 할 수 있는 거요. 이 얘길 다툼 있어도 괜찮구나 라고 알아듣는 당나귀

는 없을 줄 아오.

　뭔가 바라는 바가 있고, 희구하는 바가 있다면 그건 전부 유위행이오. 자기

나름대로 그것이 마땅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추구할 텐데, 그렇게 추구

하는 바가 있고 희구하는 바가 있으면 설사 그것을 완벽하게 이루었다고 해도

머지않아 새로운 다툼은 곧 시작되오. 뭔가 이룬 것이 있으면 곧 허물지고, 시

작한 것이 있으면 곧 끝날 것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부처님법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소위 세속의 세속법, 생사법의 차원에서 뭔가를 요리조리 분별해서

제 소견에 마땅한 것은 취하고 마땅치 않은 것은 버리고 하는 그런 생사심으로

접근한다면 그 사람은 마르고 닳도록 해도 전혀 가망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