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와 닿아도, 와 닿지 않아도 인연생기요. 밥과 반찬의 인연이 없다면 와

닿는다커니, 와 닿지 않는다커니 그런 말을 할 수 없지 않소? 밥과 반찬의

인연이라는 말은 지금 소위 생명활동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말하는 거요. 즉 밥과 반찬의 기운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오.

　그림자가 있을 때, 그 그림자는 물체가 없으면 없지 않소? · · · · · · 그

림자는 전적으로 물체에 의지해 있다 소리요. 그렇게 꼭 물체가 있어야 그

림자가 생기고 물체가 없으면 그림자가 안 생기기 때문에, 그림자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고 말하는 거요. 이건 쉽고 어렵고를 논할 필요도 없을 만큼 너

무도 당연한 이치요. 여기서 그림자에 비유되는 게 뭐요? · · · · · · 여러분

이오. 물체에 기대지 않으면 그림자는 없듯이, 밥과 반찬이 없으면 여러분도

없는 거요.

　여러분은 어리석은 질문도 할 수 없고, 대단하고 엄청난 질문도 할 수 없

소. 밥과 반찬의 기운일 뿐이오. 그런데 어떻소? 전부 ‘내’가 질문하고, ‘내’

가 와 닿고, ‘내’가 깨치고, ‘내’가 성인의 경지에 오르고 등등, 전부 ‘내’가

한다고 하지 않소? 그건 마치 그림자가 제 스스로 잘났다고 돌아치는 꼴인

거요. ‘나’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이 육신은 인연이 가짜로 어울러서 된

신기루 같은 거요. 실체가 없는 거라 소리요. 그 사실을 모르고 이 몸을 ‘나’

라고, 인간이라고 지어놓고는, 그 ‘내’가 몸 담은 세상을 실재라고 여기며 살

아온 지가 수천만 년 된 거요. 이제 바야흐로 참으로 희유한 인연을 만나서

그 천년 묵은 꿈을 깨는 순간인 거요 지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