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내’가 지금 체험하고 있는 일이 실제로 면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 알아서 거기에 집착하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오. 면전엔 한 법도 없

는 게 진실이오. 그런데도 계속 눈에 보이고(影) 귀에 들리는 것(響)에 홀려

서 정신이 팔려있는 영향지류(影響之類)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소. 전

부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은 거요. 실체가 없는 거라 소리요.

‘나’가 있으면 늘 무언가에게 ‘영향’을 받소. 그래서 늘 좋고 싫고, 즐겁고 슬

프고 등등 분별이 끊이질 않소. 입만 열면 이 육신은 환화공신(幻化空身)이

라고 하면서, 그 허공과 같은 존재가 무언가에게 영향을 받는다니 우스운 일

아니오? · · · · · ·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말은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가 있

는가 없는가 하는 것조차도 분별이오. 그럼 이 소리를 듣고 잽싸게 머리를

굴릴 거요, 어떡하면 좋으냐고. · · · · · · ‘나’가 없으면 어떡하면 좋으냐고

더듬을 일이 본래 없는 거요.

그런데 문제는 이 ‘허망한 나’, ‘망령된 나’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는 거요.

‘망령된 나’를 여의고 ‘참된 나’를 찾겠다고 벼르는 그 놈이 바로 ‘망령된 나’

이기 때문이오. 지금 있는 이대로 어느 것도 불성의 나툼 아닌 게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은 벼르고 도모하고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소. 모든 게 있는 그대로

진여법성(眞如法性)의 나툼이오. 그러한 모든 법의 성품(法性)이 허공성이라

는 것은, 보고 듣는 가운데에 드러나는 모든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고 뜻이

있는 이 산하대지 삼라만상, 이게 전부 허공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