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문 >

　온갖 법의 성품, 즉 법성(法性)은 학인에 의해 증득되는 게 아니오. 옳으니

그르니, 참되니 허망하니 등등 그렇게 중생의 범정으로 헤아리고 짐작해서

머릿속에 뭔가 대단하고 오묘한 게 떠올랐다 해도 전혀 그것 아니오. 그건 단

지 평소에 자기가 그리고 있던 한편의 심상(心想)이 떠오른 것뿐이오. 그 성

품은 어떠한 언설로도 표현되어질 수 없소. 그렇게 증득하려고 애쓰는, 심지

어 마침내 증득했다는 그 모든 모습이 몽땅 그 성품자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

문에 그렇소. 일부러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매 순간 그 성품은 드러나 있

는 거요.

　그렇게 말과 문자로는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것을 성인들이 어쩔 수 없어서

말한 것뿐이오. 말이 비었다는 사실도 중생과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말이

필요하지 않겠소? 그렇게 어쩔 수 없어서 말한 것뿐인데, 백이면 백 전부 말에

만 매달려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밀고 당기고 그렇게 시끄러운 거요. 그

렇게 밀고 당기고 하는 것이 결국은 ‘내가 아는 바’가 옳다고 그러는 것 아니겠

소? 절대로 말로는 진리를 담을 수 없음에도, 어쩔 수 없어서 뱉어놓은 말을

가지고 ‘내가 이해한 바’가 옳으니 ‘네가 이해한 바’가 옳으니를 겨루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오. 다시 말하지만 진리는 수행자에 의해 이해되고 증득되

어지는 게 아니오.

　그게 무엇이 됐건 여러분이 아는 바, 이해한 바는 그 법성에 대한 그림자요,

변죽을 울리는 것뿐이지 법성 그 자체는 일찍이 문턱을 넘어 모습을 드러낸 일

이 없소. 맑은 거울의 비추는 성품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소? 그와

마찬가지인 거요. 증득해야겠다는 모습도, 증득했더니 기분 좋다는 모습도, 열

심히 해도 잘 안 된다는 모습도 몽땅 다 성품이 변해 나툰 그림자 같은 거요. 미

혹해도 깨달아도, 여러분이 육근을 통해 알고 이해한 모든 의식작용이 전부 맑은

거울 위에 비친 그림자와 다르지 않은 거요. 그러니 언제까지 그 허망한 그림자

를 실제인 줄 알고 계속 씨름을 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