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제 더 이상 진실을 몰라서 어쩐다는 말은 못 할 거요. 여러분은

이미 넘칠 만큼 듣고 읽고 했소. 그렇게 훤히 알면서도 아직까지 살

아온 그대로 계속 같은 자리에서 엉덩이도 들 생각을 안 한다는 건

여러분이 엄청 게으르다는 증거요. 아니면 일도양단 할 수 있는 기개

(氣槪)가 없던가. · · · · · · 이제 알만큼은 다 알고 있지 않소? 잘잘

못간에 미세한 사고의 흐름을 그냥 적조(寂照)할 수 있겠는가? 그게

관건이요. 흐르는 생각 가운데에 ‘나’라는 중심이 없다면 아무 문제도

있을 수 없소. 이롭건 해롭건 간에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으면

그게 곧 구경(究竟)이오. 있는 그대로 보는 건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

을 통해 얻어지는 게 아니오. 만법의 실상이 몽땅 비어서 오로지 마음

뿐인 사실을 바닥까지 깊이 사무치면 저절로 갖추어지는 안목이오.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힘들건 수월하건, 즐겁건 슬프건 모든 걸 있

는 그대로 비출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꼬리가 이어지

는 건 여러분의 의식이오. 그 의식을 마음으로 잘못 알고 좇지 말라 이

소리요. 가령 이 앞에 놓인 컵을 컵이라고 인식하는 게 의식이오. 그런

데 이걸 컵이라고 인식하려면 자기가 기존에 알고 있는 과거의 기억 중

의 하나와 지금 보고 있는 그것과 맞아떨어질 때 컵이라고 알아보는 거

요. 여러분 머릿속에 이미 입력되어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럼

이걸 보고 뭐라고 하겠소? · · · · · · · · · · · · 그저 볼 뿐인 거요. 비

출 뿐이오. 그렇다고 컵도 못 알아보는 바보가 되라 소리가 아니오. 우

리가 온갖 이렇고 이렇지 않은 것, 궁극적으로 있다 없다 까지도 전부

자기중심적으로 얽힌 의식이 일으키는 파문이라는 사실, 그걸 놓치지

말라 소리요. 그걸 아는 사람은 종일 하루 보고 듣고 하면서도 자취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