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제가 제 마음을 보고 있는 거요. 모든 사람이 그러고 있소. 여기 있는

마음이 저기 있는 경계를 본다는 구도 자체가 환상이오. 마음 바깥엔 한

법도 없소. 인식(認識)작용 때문에 ‘나’와 ‘나 아닌 것’으로 두 토막이 난

거요. 인(認)자를 가만히 보시오. 한 마음(心)을 이러쿵저러쿵 숱한 말

(言)로 칼(刀)처럼 난도질을 내놓은 거요. 이 세상을 죄다 따로따로 떨어

져 있는 개별적인 존재, 개별적인 사건으로 나누어 본다는 것이 인식작용

의 가장 큰 해악이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게 진리에 합하는 첫 걸음이오.

　참된 수행자는 반드시 하나의 참된 성품 바다(一眞性海)에 들어가 닦아

야 하오. 한강에서 흘러들어간 물이건 낙동강에서 흘러들어간 물이건, 황

하나 나일강에서 흘러들어간 물이건 일단 바다에 단 한 방울이라도 합하면

그 합하는 순간 바다의 끝에서 끝까지 온통 하나의 물인 거요. 한 데 섞이

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생각은 우리의 고전적 세계관이 남긴 잔재 중에

가장 고약한 거요. 시간적인 전개, 공간적인 전개는 우리의 한 찰나 한 생

각을 벗어나는 게 아니오.

　여러분의 한 생각은 이 삼천대천세계를 껴잡고도 헝그럽게 남소. 그러한

생각을 나투는 신령스런 깨달음의 성품(靈覺性)은 넓은 것도 아니고 좁은

것도 아니오.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니고, 새 것도 낡은 것도 아니오. 온갖

차별법 밖에 우뚝 벗어나 있으면서 능히 온갖 것을 모두 응현(應現)하오.

하지만 모든 작용의 현장에서 그를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없는 것으로 치고 돌보지 않고 살아온 지가 수천 년이 된 거요. 그 참마음은

새로이 갈고닦고 얻고 이루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본래 제 자리에 확연

하게 우뚝 높이 솟아있는데 다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