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게 무엇이 됐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절대로 그것 아니오.

범부들은 뭔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게 있소. 구경(究竟)의 자리, 진여본체,

불성 등등 그 이름이야 무엇이었건 간에 그 이름에 상응하는 그 어떤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려 놓고는 그걸 추구하고 있소. 대개 그렇소. 하지만 그건 실체

가 아니오. 그저 제가 제멋대로 그려낸 심상(心相)에 지나지 않소.

　여러분이 오매불망 그렇게 찾아 헤매고 만나고 싶어 하는 부처님은, 사대육

신을 갖추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니라, 성품도 없고 모양도 없고 작용도

없고 허공처럼 텅트여 볼 수도 없는 그 비로자나불은, 인간이 사용하는 그 어떤

말이나 문자, 그 어떤 개념으로도 온전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

니오. 그 부처님은 너무 신령스러워서 인간의 지각작용이나 범정으로 헤아릴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 소리요.

　성품을 밝히는 구도(求道)의 길에서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소. 다만 그 성품을 밝힐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소. 그런데 그 계기라는 것도 어떤 오묘하고 비밀스런 수단을 말하는 게 아니

오. 일체시(一切時) 일체처(一切處)에 때때로 부처는 여러분한테 그 계기를 나

투어 보이고 있는데,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만 현혹되어 있는 미혹한 중

생이 그것을 못 알아 볼 뿐인 거요. 오죽하면 미륵불이 천백억 분신을 나투어도

아무도 알아보는 이가 없다고 했소. 여기서 천백억이라는 것은 이 세상 삼라만

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오. 즉 순간순간 그 부처는 바로 여러분의 코앞에 현현

하고 있는 거요. · · · · · · 참으로 관(觀)의 힘이 깊어야하오. 섣불리 묘한 감각

이나 느낌을 좇는 일은 없어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