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것도 마음뿐이오. 그 마음뿐인 가운데 꿈을 꾸며 보는 자와 보는 바를 실체

라고 나툰 거요. 능, 소(能所)는 없소. 능소가 또렷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전부

이름뿐이지 실체가 없는 거요. 만법이 실체가 없소. 결국 만법이 아무 작용도 없

는 거요. 작용의 주체가 있어서 그 놈이 작용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철저히 허구

요. 가령 정지해 있는 자동차가 움직일 때, 작용 없는 고요함이 작용해서 그 움

직임의 주체가 됐다고 말하지 말라 이 소리요. 그게 전부 지금껏 인과법에 현혹

되어 살아왔던 습관 때문에 그렇소. 꼭 뭔가가 뭔가를 낸 것 같지만, 법이 법을

내는 법은 없소. 법이 법을 들이는 법도 없소. 인(因)도 과(果)도 다 빈 거라 소

리요. 결국 이 세상은 지금 아무 일도 없는 거요.

　온통 마음만으로 능소를 세우고, 자타를 세우고, 피차(彼此), 안팎을 세워 놓

은 거요. 그리고는 그 가운데에서 지금 왁자지껄 밀고 당기고 시끄러운 거요. 아

무 일도 없는데 혼자 죽네 사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고 있으니, 성인들의 말

씀이 한결 같을 수밖에 없소. “흙탕물 속을 휘젓지 말고 어서 근원으로 돌아가라.”

지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이 세상 온갖 법, 천태만상이 전부 다 ‘내’ 업(業)

으로 말미암아 한 찰나 한 생각 그림자처럼, 메아리처럼 나타나는 거요. 이 세상

만법이 전혀 허망해서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바닥까지 깊이 사무쳐야 하오.

　이 세상이 전부 다 ‘내’ 마음으로 말미암아 있는 거지, ‘내’ 마음이 없으면 이

세상은 없는 거요. 그런 한량없는 마음, 온 누리를 한 찰나 한 생각으로 펼치기

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 그런 대단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금 그 마음을 얼

마나 보잘 것 없이 종짓잔 같이 쓰고 있는지 알아야 하오. 한 순간도 편치를 않지

않소? · · · · · · 보고 듣는 바가 전부 다 ‘나’와는 상관없이 저 바깥에서 독립적

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오. 그게 전부 제 마음을 보는 거라 소리요. 그래서 마음이

그대로 법이라는 말을 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