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은 성품이 없소. 그러니 모두 한 성품이고, 한 성품이니 전부 평등한 거요.

이때의 평등은 불평등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평등이 아니오. 이 세상에 도무지 이

거다 저거다 하고 추켜들 게 아무것도 없는 거요. 진실이 이러하니 이런 사실을

깨달은 부처님도 워낙에는 이렇다 저렇다 아무것도 하실 말씀이 없는 거요. 만법

이 성품이 없으니 부처님 자신도 헛것이고 당신이 상대해서 법을 베풀어야 할 중

생도 헛것이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소? 결국 중생제도라는 것은 만법이 빈 것임을

알지만, 그지없는 자비심으로 허깨비 같은 화신불을 나투어 헛것에 홀려 정신 못

차리며 사는 허깨비 같은 중생에게 허깨비 같은 법을 설해 허깨비처럼 구제하는

거요. 환용섭생(幻用攝生)이라, 이렇듯 동서남북으로 다니면서 애써 중생을 구제

하기는 하지만 원래 그 자리에는 시종일관 티끌 하나 까딱한 일이 없소. 아무 일

도 없는 거요.

　진실이 이럴진대 지금 우리 중생들이 어떻게 마음을 쓰고 사는가 한번 돌아보

시오. 던적스럽기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 아니오? 매 순간 ‘나’와 ‘내 것’

을 챙기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고, 또 누리던 것을 빼앗길까봐 아랫다리가 후

들거리고. · · · · · · 안으로 ‘나’라고 하는 놈도 성품이 없고 밖으로도 티끌만한

한 법도 실다운 게 없는 게 진실이오. 이 말을 믿으시오.

　집착하는 모습도 성품이 없고, 집착하지 않는 모습도 성품이 없는 거요. 그것

이 존재였건 일어나는 일이었건, 다만 빈 이름만 있을 뿐이지 실다운 것은 아무

것도 없소. 이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깨달음도 성품이 없는 것이고

미혹함도 성품이 없는 것이니, 미혹함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은

허공성인 법의 성품(法性)을 등진 한낱 부질없는 망상임을 알아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