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안정된가 안정되지 않은가를 살피는 마음은 여러분 마음이 아니오. 그건 의식이오.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늘 그대로라 움직이는 법이 없소. 살피고 헤아리고 더듬고 할

일이 도무지 없다는 말이오. 그 망령된 의식은 전부 빈 것이라, 편안해도 편안치 않

아도 몽땅 군소리요. 여러분의 참 마음에 비친 한낱 그림자에 불과한 거요. 전혀 실

제가 아니라 소리요. 지금 여러분 눈앞에 펼쳐진 삼라만상이 전부 그렇소. 물론 ‘나’

까지 포함해서 그렇소.

　유정(有情), 무정(無情), 산하대지 삼라만상이 전부 다 의식에 의해서 헛되이 지어

진 거요. 그래서 만법이 유식(唯識)이라고 하는 거요. 우리가 지금 실제라고 알고 있

는, 우리가 의지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몽땅 다 허망해서 실체가 없다는 뜻이오. 이

세상에는 실제란 없소. 순전히 생각, 마음만으로 출렁이는 거요. 의식이 장난치고

있는 거라 이 소리요. 그 의식을 지금까지 제 마음인 줄 잘못 알았던 거요. 쉽게 말해

도둑놈을 아들인 줄 잘못 알고 좇았던 거요.

　의식이 맺힌 게 ‘나’요. 의식이 이 육신을 ‘나’라고 집착하는 거요.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맑디맑은 거울 같아서 환히 스스로 밝을 뿐, 이러쿵저러쿵 알음알이를 내고,

바램을 내고,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끙끙대고 하는 모든 일들은 전부 다 의식

이 일으키는 장난질임을 잊지 마시오. 부처님 이하 모든 성현들이 이 사실을 일러주

시려 했던 거요. 하물며 불자(佛子)를 자처한다는 사람들이 아직도 지각작용만을 좇

고 자기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것 때문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불자도 구도자도 아니오. 편안하고 싶고, 안정되고 싶고, 쾌락하고 싶고,

싶고 싶고. · · · · · · 아직도 그러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당나귀해가 되어도 깨달을

분수는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