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여러분이 뭔가를 상대했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 것, 다시 말해 경계를

대해서 마음이 동요하면 그게 번뇌요. 긍정적인 동요건 부정적인 동요건

다 마찬가지요. 그런데 부처님 말씀이 마음 바깥에는 한 법도 없다고 했

으니, 여러분이 상대하는 모든 것들은 전부 허공꽃 같은 거요. 마음 밖에

‘내’ 마음과 상관없이 별도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

은 전부 제 마음이 변해서 나타난 거라 소리요. 진실로 마음뿐이오. 마음

이 밖이라고 짓고, 마음이 멀다고 짓고, 마음이 관악산이라고 짓는 거요.

그래서 저 멀리 관악산이 있다고 지으면 그때부터 그것이 ‘나’에게 지금의

관악산이 되는 거요. · · · · · · 이 사실이 믿기시오? ‘내’가 짓기 이전부터

‘그것’은 거기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오? · · · · · · 그래서 말하는

거요, 무얼 갖고 ‘그것’이라 하는가? · · · · · · 만법은 전부 인연생기(因緣

生起)라 자체로는 성품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게 뭐가 됐건 전부

다 인연 따라서 있는 거요. 실체가 없소.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고, 그

렇지 않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거요. 그렇고 그렇지 않은 게 전부 다 ‘내’ 한

찰나 한 생각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투철히 꿰뚫어 봐야 하오.

　이런 말을 듣고 여러분이 설사 열심히 갈고닦아 바깥 경계에 전혀 걸리지

않게 돼서, 천지간에 걸림도 막힘도 없는 대 자유인이 됐다고 칩시다. · · ·

· · · 그래도 격(格) 바깥의 무심도인(無心道人)은 여전히 상 찡그릴 거요.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없게 됐다고 좋아하는 구나 어리석게 · · · · · · .”

마음뿐이오. 마음 바깥에는 부처도 없고 선지식도 없소. 스스로 깨닫는 거요.

그분들의 그 많은 말과 글도 스스로 깨달으라고 일깨워주는 역할을 할 뿐이

오. · · · · · · 그저 일체가 마음뿐임을 철저히 사무쳐야 하오. 행여 빛깔과

소리 가 밖에서 오는 줄 알고 이를 분별하여 좋아하고 싫어하고 있다면 여전

히 그 물 속에 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