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거울의 비추는 성품을 늘 얘기하지 않소. 그 무엇도 마다하는 일 없이 항상 환히

비추지만 한 법도 취하거나 버리거나 하는 일 없이, 보고 듣는 가운데 자취가

전혀 남질 않소. 항상 환히 밝을 뿐이오. 하지만 의식은 그렇게 전체를 보지 못하

오. 전체가 오직 참된 하나뿐인데 그 전체에서 전부 제각각 이것저것으로 분별해

서 나누어야 볼 수 있는 게 의식이오. 그게 무엇이 됐건 나뉜 것은 전부 환상이

오. 그러니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고 하는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은 몽땅 환

상인 거요. 실제란 없소.

　아무런 자취가 안 남는 거울의 비추는 성품, 다시 말해 비춤 없는 비춤, 그게 여

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부처님이 “마음을 밝히라”, “성품을 보라”고 말씀하시는

게 바로 그걸 말하는 거요. 뭔가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견문각지(見聞覺知)

는 여러분의 마음이 아니고 의식이오. 의식은 그동안 쌓인 업(業)이 드러나는 것일

뿐, 전부 꿈같고 환(幻) 같은 거요. 그런데 여러분은 의식 말고는 굴리는 게 없지

않소?

　여러분 머릿속에 기왕에 보고 듣고 해서 기억의 형태로 간직된 게 없다면 여러분

은 아무것도 볼 수 없소. 가령 여기 죽비를 봤을 때, 여러분 머릿속에 이 죽비와

상응하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 거요. 그건 아주 찰나적이오. 떠오르지 않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르겠다고 할 거요. 그와 상응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는

것은 그전에 그와 같은 것을 봤다는 얘기요. 그럼 그 이미지와 맞춰보고 죽비임

을 아는 거요, 찰나적으로. 그럼 그 사람이 보는 것은 지금 이 죽비를 보는 게 아

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묵은 기억의 한 토막을 되새겨 보는 거요. 그리고는 마음

바깥에 있는 어떤 실체를 본다고 철석같이 믿소. 그게 범부요. · · · · · · 오직

마음뿐이오. 그게 뭐건 간에 몽땅 다 마음이 변해 나타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