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뭔가 들은 게 있고 이해한 게 있고 그래서 잘 알게 됐다면 그건 전혀

거꾸로 가는 거요. 마음뿐이오. 마음 바깥에 법을 설하는 자가 있어서,

그가 설하는 바를 여기 있는 ‘내’가 듣고 그 말을 잘 이해했다는 사람은

전부 범부고 외도요. 곧장 마음 밝히시오. 마음 바깥에는 티끌만한 한

법도 없는 거요. 알고 모르는 것, 온갖 이런 것과 온갖 저런 것, 그게 전

부 다 업식(業識)이 지어내는 환상이오.

　세상 삼라만상이 전부 인연 따라 난 게 분명하지 않소? 연생(緣生)은

무생(無生)이라, 그 무언가의 인연에 의해 났다는 건 그러한 것은 있는

듯이 보일 뿐, 사실은 있는 게 아니라 소리요. 눈앞에서 무언가 번성하게

생멸하는 거 같아도 사실은 아무것도 생기고 사라지는 게 없다는 얘기요.

그래서 이 세상은 지금 있는 이대로 적멸하다고 말하는 거요. 그럼 뭔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가 멍청해서 그런 일이 전혀 없

는데 내가 그렇다고 짓고 있는 거요. 짓는 것은 그게 뭐건 간에 전부 업

(業)이오. 제가 지은 업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요. 마음뿐이오. 마음 바

깥에는 진실로 한 법도 없소.

　이 세상 삼라만상 드러난 모양은 전부 빈 거요.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

고 뜻이 있는 이 세간상은 전부 다 불가사의한 업의 그림자요. 이 말을 철

저히 구명하시오. 그러면 티끌만한 한 법도 볼 게 없는 경지가 당장 현현

(顯現)할 거요. 볼 게 없다고 해서 눈 처닫고 아무것도 보지 말라 소리가

아니오. 종일 보고 종일 들어도 전혀 자취가 없소. 맑은 거울이 종일 하루

사물을 비춰도 비춘 자취가 없듯, 그게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여러분이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그 마음은 마음이 아니고 의식이오. 의식은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 흘러넘치는 거요. 그런 걸 여러분의 마음이라고 잘못 알지

마시오. 그 마음을 영각성이라고도 하고 부처라고도 하며 도라고도 하지만,

거기엔 본래 이름이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