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문 >

　늘 하는 소리지만 들은 법문을 그저 한 토막 알음알이로 꾸역꾸역 쌓아

두며 지견만 늘리는 것은 여러분 마음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소. 그동

안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그 ‘아는 것’을 깡그리 비워내도 모자랄 판에, 귀

를 쫑긋 세우고 ‘무슨 희한한 소리 안 하나~?’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지

견만 늘리는 사람은 천년만년 가도 깨달을 분수는 없소. 그런 것을 마음공

부로 잘못 알지 마시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편이 훨씬 도(道)에 가깝

소. 경전의 말씀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윗 가는 존귀하고 오묘한 것을 알

았다 해도 아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멀어질 뿐이오.

　목전(目前)엔 한 법도 없소. 전부 제 마음의 변현이오. 만법이 성품이 없

어서 실다운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요. 티끌만한 한 법도 이게 이것이라고

할 만한 법이 없으니, 지금 있는 이대로인 채로 아무 집착할 것도 없고, 여

읠 것도 없는 거요. · · · · · · 그런데 지금 정말 그렇소? 자신한테 물어보

시오. · · · · · · 참으로 참구가 깊어야 하오. 깨닫고 깨닫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오.

　‘무심(無心), 무념(無念)이 돼야 되겠다’는 당위성 때문에 의식을 조작해

서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찍어 눌러 조복(調伏)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오.

그건 속임수요. 그러고 있는 자기 자신도 그러고 있는 줄 모르고 속아 넘어

가는 거요. 이 소리를 듣고 ‘이제부터 의식을 굴리지 말아야지!’ 하고 작정

하는 사람은 여전히 의식의 굴레 속에서 이쪽저쪽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오. 참으로 바닥까지 무생을 체달한 사람은 의식이 움직이건 움직이지

않건 본래의 성품하고는 아무 상관없음을 환히 알기 때문에 종일 하루 몸과

입과 의식(身口意)을 굴려도 아무 자취가 없는 거요. 물론 여여한 자취도

없소. 여여해 졌음을 어느 놈이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