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전부 다 ‘내’ 마음이 변해서 나타나는 것을 듣고

있는 거요. 모르겠거든 꿈을 생각해 보시오. 그믐밤에 캄캄한 방 안에서, 눈도

귀도 그 작용이 다 멈춰진 상태로 꿈을 꿔도, 볼 거 다 보고 들을 거 다 듣지 않

소? 그럼 본다, 듣는다고 하는 게 뭘 말하는 거요? · · · · · · 제 마음이 변해서

나타나는 거요, 요술처럼. 그런 걸 본다, 듣는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요. 그런데

지금 중생들이 뒤바뀌어서 전부 밖에 있는 빛깔을 보고 밖에 있는 소리를 듣는

다고 하는 거요.

　마음뿐인 도리를 깨치고 나면, 보고 듣는다는 게 전부 제가 제 마음 보는 것

이 너무 당연한 거요. 그렇다면 온통 한 마음뿐인데 그 안에서 제가 저를 본다

는 말이 무슨 얼토당토한 소리겠소? · · · · · · 마음이 혼자 장난치는 거요. 본

자도 없고 본 바도 없는 거요. 그렇다고 눈과 귀를 전부 틀어막고 보지도 듣지

도 말라 소리가 아니오. 지금 보고 있다고 여기는 바로 이 순간에도 전혀 보는

자도 보는 바도 없는 게 진실이오. 듣기는 듣는데 듣는 자도 듣는 바도 없는 게

진실이오. 그게 진실인데도 여러분은 어떻소?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전부 실제인

줄 알고 분별하고 집착하고 그러지 않소? 그리고는 서로 머리 디밀고 아등바등

시비득실을 따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범부들의 일상사 아니오?

　불자(佛子)를 자처한다면 부처님 말씀이니 믿으시오. 천지 삼라만상, 유정 무

정 할 것 없이 전부 꿈같고 환(幻) 같아서 실다운 법은 하나도 없는 거요. 그래서

밤에는 눈을 감고 꿈을 꾸고, 낮에는 눈을 뜨고 꿈을 꾼다고 말을 하는 거요. · ·

· · · · 도무지 실체란 없는 거요. 실체인 ‘나’가 있다는 생각, 실체인 이 세상이

있다는 생각.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거요. 오죽하면 불꽃 속에

서 꽃을 피워내는 일이라 그러겠소? 이 법이 그렇게 경전이나 들추고 몇 마디 알

아듣고 해서 가는 법이 아니오. 말 그대로 몸과 목숨(身命)을 바친다는 마음가짐

으로 참으로 삼가며 촘촘히 가는 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