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부처님 법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어떤 논리체계나 가치체계로도 더듬을

수가 없소. 인간이 이루어 놓은 그 어떤 학문적 업적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없는 그런 법이오. 이 말은 그 법이 높고 거룩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오. 인간

이 머리를 굴려 궁리해 낸 그 어떤 오묘하고 숭고한 말이라도 그것을 그렇게

있게끔 한, 그것보다 훨씬 이전의 본래 자리를 깨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오. 과학이니 종교니 하는 따위의 그 훨씬 이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

요.

　이렇게 얘기해도 벌써 그 진리에 흠집을 내는 거요. 이전(以前)이니 이후

(以後)니, 알 수 없니 알 수 있니 등등 이런 식으로 말하고 그렇게 알아들으면

벌써 어긋나기 시작한 거요. 의식작용 그 이전의 것을 얘기하는데 계속 그 의

식을 가지고 어떡하려 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이 말을 알아들으면 틀리고 못

알아들으면 더 틀린다는, 말 같지 않은 말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거요. 알아

듣고 못 알아듣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소. 세속에서는

하는 얘기를 잘 알아듣고, 알아들은 바를 잘 이해해서, 그 이해한 바에 어긋남

이 없도록 행하면 잘 한다고 칭찬을 받겠지만, 이법을 그렇게 세속의 학습하는

식으로 대했다간 점점 더 멀어져 갈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이 얘긴 한

치의 과장도 없는 얘기요. 진실로 그렇소.

　몇 마디 말이나 알아듣고, 경전 몇 구절이나 읽어서 아는 것, 그렇게 아는 것

을 가지고 공부인양 아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 집안의 그 청정한 자성불(自性佛)

을 철저히 모멸하고 등지는 거요. 사람한테는 누구에게나 신령스런 광명(靈光)

이 있소. 그러나 그게 지금 왜 드러나지 못하는가? · · · · · · 그 알량한 알음알

이 때문이오. 심지어 너무도 당연한 것, 저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땅이라고 알아

도, 그 알음알이 때문에 그 신령한 광명이 드러나지 못하는 거요. 그 신령한 광

명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니오. 그 어떤 것도 그것 아니오. 다만 중생들이 마

땅하다고 여기는 데에 응해서, 중생의 마음 가운데서 하늘도 나투고 땅도 나투

는 거요. 그러면서 그 자체는 까딱한 조짐도 없는 거요. 그게 부처요. 그게 진리

고, 그게 깨달음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