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은 인연생기라, 무엇이 됐건 전부다 다른 그 무엇인가가 어울러서 된 거요. 그

렇게 내 주장, 내 생각, 내 의견을 치켜들고 밀어붙이는 그 ‘나’란 놈도 마찬가지요.

그 ‘나’란 놈을 전부 분해해 봅시다. 옷도 제자리로 돌리고, 피부도 제자리로 돌리고,

눈도, 귀도, 피도, 내장도, 뼈도 전부 제자리로 돌리고 나면, 조금 전에 그렇게 성질

사납게 내 주장 내 의견을 내세우던 ‘나’란 놈은 어디 있는 거요? 만약 모든 걸 제자

리로 돌리고 나서도 ‘나’라고 할 만한 놈이 남아있다면, 그 ‘나’의 주의, 주장이라 해

도 할 수 없소.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인연으로 말미암아 잠시 잠깐 어울러서 있는 그

무엇이라면, 뭐를 그렇게 내세우고 핏대 사납게 주장하고 내지를 일이 있겠소? · · ·

· · ·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나’라고 할 ‘나’가 없다는 사실, 그것을 바닥까지 사무쳐

서 철저히 깨닫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요. 여러분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이

말을 완전히 깨친다면 바로 해탈이오. 새삼스럽게 왁자한 법요식에 갈 필요가 없는

거요.

　이 몸도, 가슴 한 켠에 발랑발랑 거리고 있다고 여기는 마음도, 내가 의지해 사는

이 세상도,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고 여겨지는 허공 까지도, 전부다 본래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면 바로 부처요. 그래서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거요.(卽心卽佛) · · · · · · 지금까지의 말을 고대로 새겨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따르겠다고 하는 자는 벌써 ‘내 의견’ ‘내 생각’이 완강히 자리를 잡은

거요. 아무리 좋은 생각,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라도 언어화되고 개념화되어진 것은

그 내용의 참되고 허망함, 옳고 그름을 따질 것 없이 전부 그 마음에 비추어진 그림자

요. 모든 이름, 모든 모습, 모든 뜻이 다 마찬가지요. 그게 바로 법요(法要), 온갖 법의

요체요.

　그저 지금 있는 이대로인 채로 전혀 아무 일 없음을 꿰뚫어 봐서, 하나도 보탤 것도

없고 덜 것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흐름을 따를 수 있으면 그게 곧 부처 지혜의 삶

이요. 이 소리를 듣고 나도 고렇게 해야겠다 작심하면 벌써 또 어긋난 거요. 그저 뜻

에 맡겨 자재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