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러한 모든 지각(知覺)활동의 성품이 ‘나’요. 이 성품은 허공 같아서 옮기고 움직

이는 일이 없이 항상 여여하오. 거기에는 ‘나’라 커니, ‘나’ 아니라 커니 하는 일체의

언설 자체가 본래 붙질 않소. 그 스스로는 작용이 없지만 인연만 닿으면 그러한 질문

도 하게 하고 모든 것을 다 나투어 내는 그 여여한 성품자리가 바로 ‘나’라 이 말이오.

그런데도 어머니 배 밖에 나온 이후로 이 육신을 ‘나’로 알고 지금까지 평생 이 고깃

덩어리와 그와 연관된 소위 ‘내 것’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전전긍긍 헐떡거리며 지내는

게 바로 모든 범부의 모습이오. · · · · · · 모두가 ‘나’ 아님이 없소. 거울 같이 맑은

그 성품에 비추어진 그림자에 현혹되어 계속 헐떡인다면 더 이상 구제할 방법이 없

는 거요.

　이 육신을 ‘나’라 그러면 자연히 ‘너’가 생길 수밖에 없소. “그대 앞에 산이 있으면

모든 산하대지가 그대를 현혹하리라” 하고 선지식들이 경책을 했던 이유가 바로 거

기에 있소. 그게 뭐라도 상관없이 저 바깥에서 뭔가를 있다고 봤다면 벌써 참된 하

나를 등진 거요. 다시 말하지만 ‘나’ 이외의 다른 것은 없소. 전부 ‘나’요. 그런데도

계속 ‘나’ 바깥에서 ‘나’와 상관없는 ‘그것들’을 본다면 그건 전혀 헛것을 보고 있는

거요. 그게 무명이오.

　불자(佛子)를 자처한다면 그러한 진실을 투철하게 체달할 때까지 아무 짓도 하지

마시오. 눈이 멀어 계속 헛것을 보고 휘둘린다면 무슨 짓을 해도 아무 공덕 없소.

그러니 이 자리에 나와 앉은 이 인연이 있는 동안 빨리 깨쳐야 하오. 이것은 남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오. 심지어 부처도 여러분한테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소. 여

러분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오. ‘나’ 이외에 바깥에 다른 그 무엇인가에 의지해서 그

것을 빌미로 내가 깨닫는다는 건 전혀 환상이오. 여러분의 참성품은 아무 것도 보태

고 덜고 할 것 없이 본래 스스로 온전하오. 새로 얻을 것도 구할 것도 없소. 본래 있

었던 거요. 항상 환히 드러나 매일 같이 쓰고 있는데, 다만 제가 못 알아차릴 뿐이오.

그러니 그것을 알아보는데 무슨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소? 앉은 그 자리에서 당장

깨달아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