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여러분은 지식을 섭취하기 위해서 여기 온 게 아니오.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서 미혹을 떨쳐버리고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여기 온 게 아

니란 말이오. 여러분 모두 지금 있는 이대로 티끌만한 한 법도 보탤 것도 덜 것

도 없이 그대로 부처요. 그런데 수천만 년 동안 이 몸뚱이를 ‘나’로 알고 살아버

릇했기 때문에 계속 뭔가 더 알아야 할 것 같고, 더 자세히 알아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더 나아져야 할 것 같고, · · · · · · 그렇게 바깥으로 늘 뭔가를 구걸하

는 헐떡증이 쉬지 못하는 거요. 떠돌이 생활만 하느라고 각설이가 돼버렸다 소

리요. 자기 자신이 이미 그 무엇도 아쉬울 것 없는 어엿한 황제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계속 이 고깃덩어리를 끌고 다니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뭔가 묘한 소리나 알

아듣고, 알아들은 바를 내 것으로 꼬깃꼬깃 쌓아둘 그럴 생각하지 말고, 여기

왔거든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기억조차도 다 쓸어내시오. 지혜가 밝아지

면 마음 바깥에는 티끌만한 한 법도 없소. 온통 마음뿐이오. 심지어 지금 여러

분 면전에 법을 설하는 내가 있고, 거기 앉아서 설법을 듣는 여러분이 있다는

이런 구도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신령스런 광명이 절대 투출(投出)할 수 없소.

밥과 반찬의 기운으로 설치지 말고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라 소리요.

　오죽하면 그 점잖은 부처님도 단호히 “네가 다생누겁으로 들락거리면서 갈고

닦아도 얻을 수 있는 법이 아니다”라시며 아난존자를 크게 경책하셨겠소? 의식

을 굴려 함부로 더듬지 마시오. 애당초 더듬을 대상이 없는 거요. 여러분의 본래

성품은 그 스스로 온전해서 하나도 보태고 덜고 할 것이 없소. 이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도, 아무리 습기(習氣)라지만 계속 눈은 빛깔만 보고 귀는 소리만 듣고 그

것만이 실제라고 여기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 할 방법이 없소. 여태 살아온 익숙

한 그 속에서 계속 혼곤히 안주할 생각 떨쳐버리고, 각자 스스로 장부의 기개로

크게 몸을 뒤치지 않는 한 당나귀 해가 되어도 깨달을 분수는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