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정진(精進)이란 말은 열심히 갈고닦는다는 뜻이오. 그럼 그것은 무엇을 위해

그리 하는 거요? · · · · · ·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해탈, 열반, 성불 등등 무언

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아니오? 무언가를 위해서 한다

면 이미 어긋난 거요. 그건 속인들이나 하는 짓이오. 여러분의 본래 신분은 승

속(僧俗)을 이미 넘어서 있소. 범부도 아니지만 성인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지만

부처도 아닌, 뜻과 의미가 있는 온갖 게 다 아닌 것이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인연만 닿으면 이 우주 삼라만상 모든 걸 다 나투어 내지만 찾으면 아무데도 없

는, 허공 같은 그 본래 마음을 등지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만이 실제인

줄 알고 그 가운데에서 마땅한 바를 찾아 그것을 추구하고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헐떡증이 쉬질 않고 있소.

　부처지혜를 바란다면 거기엔 그 어떤 대립개념도 없소. 선·악, 시·비, 득·실

등등 온갖 이런 것과 온갖 이렇지 않은 것은 전부 인간이 생각만으로 멋대로 지

어낸 허상임을 알아차려야 하오. 생각이 맺혀서 있지도 않은 ‘나’란 놈을 지어내

고, 그렇게 지어내는 순간 ‘나’와 ‘나 아닌 것’이 갈리고, 또 ‘나’ 중심으로 ‘나 아

닌 것’들이 죄다 이런 것과 이렇지 않은 것으로 갈리고. · · · · · · 하지만 그 모

든 것, ‘나’와 ‘나 아닌 것’, ‘모든 이런 것’과 ‘모든 이렇지 않은 것’들이 몽땅 다

마음의 거울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임을 참으로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정진

이란 말은 전혀 생뚱맞기 이를 데 없는 거요.

　정진을 할 ‘나’가 있으면 그건 이미 시작부터 틀린 거요. 이 ‘나’는 허깨비요.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아무것도 볼 것도 들을 것도 알

것도 없는 게 진실인데도, 우리가 계속 보고 듣고 아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왜

그렇겠소? · · · · · · 각자의 정수리 뒤에 신령스런 광명(光明)이 찰나의 짬도

없이 언제나 환히 빛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요. 그러니 ‘나’가 있

다고 하건 ‘나’가 없다고 하건, 정진을 하건 정진을 안 하건, 그 모든 정신적 육

체적 현상들은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아 감응하는 신령스런 깨달음의 성품(靈覺

性)이 응현하는 것으로 아시오. 거기에 행위의 주체는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