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아무 것도 원하고 바랄 게 없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걸 얻은 거요. 지금 여러분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전부 헛것이 헛것을 보고 그러는 거요. 그걸 지금 전혀 모르고

있소. 하늘땅 삼라만상이 몽땅 여러분 마음속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요. 근데 그걸

실체인 줄 알고 그 하늘땅 삼라만상 가운데에서 어떻게 하면 요령있게 헤엄쳐서 부

귀영화를 누리겠는가, 온통 마음이 그런 데에 가있으니 허구한 날 공부합네 하고

나와 앉아있어도 도무지 공부의 진척이 없는 거요. 흥망성쇠, 희노애락이 통틀어서

전부 내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요.

　여러분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지금 여기 와 앉아있는 게 아니오. 우

주 삼라만상은 이 고깃덩어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오. ‘나’ 중심도 아니고 인

간 중심도 아닌 그런 안목을 갖지 못하면 진실을 볼 수가 없소. 내가 마땅하다고 혹

은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그 잣대를 계속 들이대며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하니,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요. 단적으로 얘기해서 여러분 공부의 목적은 지

금 그 터무니없는 잣대를 버리는 것이 제일 첫째요. ‘첫 눈금 잘못 읽지 마라’ 소리

가 바로 그 소리요.

　뭔가 좋은 수가 없나 하고 허구한 날 설법을 듣고 경전을 들추고, 그렇게 뭔가 공

덕을 바라며 계속 구하고 헐떡이는 한, 절대 깨달을 분수는 없소. 언어화되고 개념

화된 모든 것은 전부 다 방편설이오. 참법은 말이나 문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거요.

그래서 이 법이 본래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얻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거

요. 그러니 한 사람도 부처님 설법을 들은 적이 없고, 부처님도 일찍이 한 법도 설한

적이 없고, 한 사람도 성불한 적이 없는 거요. 이미 부처가 왜 또 성불하기를 기다리

겠소. 여러분의 여여한 심성이 그대로 부처요. 그러니 그저 지금 보고 듣는 가운데

순간순간 의지함이 없고 머무름 없는 그 신령한 성품을 어둡히지 마시오. 그 성품이

바로 부처의 출흥(出興)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