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몸과 마음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소리는 지금 누가 하는 거요? · · · · · ·

여전히 ‘나’요. 사고(思考)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냥 흐를 뿐이오. 그런데 그

흐름 가운데에 ‘나’라고 하는 놈이 엉겨 붙으면 그놈이 자기중심으로 소용돌이치오.

자기중심적으로 소용돌이치는 그 ‘나’가 사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그냥 내버려두

지 못하고 계속 뭔가를 얽어매면서 자꾸 문제를 만드는 거요. ‘나’에게서 벗어나야

된다고, 그런데 그렇지 못해 괴롭다고 등등. 그 ‘나’라는 놈이 계속 뭔가 바라는 게

있고 원하는 게 있어서 그렇게 궁시렁대고 있는 거요.

　“그 ‘나’라는 놈이 없다면 어떻겠소?” · · · · · ·

　“아무 갈등도 없이 편안할 것 같습니다.”

　“‘나’가 없는데 어떤 놈이 편안하단 말이오!”

　‘나’라고 하는 놈이 없으면, 온갖 것에 대해 무심하오. 이때의 무심은 유심의 반대

개념의 무심이 아니오. 온갖 생각이 비고, 비었다는 생각조차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경지요. 그러니 입만 열면 계속 무아(無我)니 무심(無心)을 들먹이면서도, 정작 참으

로 그 경지에 가 합한 사람은 참으로 찾아보기 어렵소. 편안하니 안 편안하니, 좋으

니 싫으니 하는 분별심이 계속 먼지피우며 쉬지 않고 있다면 여전히 그 ‘나’란 놈이

곤댓짓하고 있다는 증거요.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맑은 거울 같아서 그냥 보고 그냥 비출 뿐이오. 그런데 그냥

비추는 그 광명이 빛을 놓기 무섭게, 자기중심적으로 길들여진 그 ‘나’란 놈이 톡 끼

어들면서 온갖 분별과 친소(親疎)가 생기는 거요. 그것은 마치 무색(無色)인 태양광

선이 프리즘을 통하면 온갖 형형색색의 색깔로 보이듯이, 그 ‘나’란 놈을 통해 세

상을 보면 원래의 모습이 왜곡되고 비틀어져 보이는 거요. 높고 낮고, 멀고 가깝고,

너와 나, 좋고 싫음 등등의 온갖 차별법, 그게 바로 지금 여러분 눈앞에 펼쳐진 이 세

상이오. 하지만 다행스럽게, 이루 셀 수 없을 만큼의 온갖 차별법이 뽀얗게 펼쳐졌다

해도 본래의 성품자체는 전혀 늘고 줄고 하는 법이 없이 늘 그대로요. 이렇다고, 혹

은 저렇다고 하며 아무리 획을 많이 그어대도 허공은 일찍이 획을 받아들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오. 그 허공, 그 신령한 본래의 성품을 밝히라는 얘기요. 계속 그 위에 나

투어진 그림자에 속아서 휘둘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