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나’만을 위해서, ‘나’ 편안하고 안락한 자리를 얻기 위해서, 보다 높고 보다 거

룩한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오. 굳이 말한다면,

가장 마땅한 것과 가장 마땅치 않은 것이 가지런하게 보이게 되거든 그때 비로소

공부가 조금은 무르익었다 할 수 있소. 여러분은 그저 ‘내 마음이 요즘 편안한가

안 한가, 힘든가 힘들지 않은가’ 따위의 여부를 놓고 공부의 무르익은 정도를 판

단하지만, 그건 아직도 이 몸뚱이를 ‘나’로 여기고, 그 ‘나’에게 스멀스멀 피어오

르는 범정의 느낌을 좇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소. ‘내 생각’, ‘내 입장’, ‘내 처지’,

그런 건 본래 없는 거요.

　‘내’ 마음을 보시오. ‘내’ 마음이 얼마나 옹색하고, 협열하고, 답답한 틀 속에

갇혀있는가를 먼저 볼 수 있어야 하오. 법문을 이제 이만큼 들었으면 그게 보여

야 하오. 제가 저를 속여서 무엇 하겠소? 환골탈태해야 하오. 어머니 배 밖에 나

온 이후로 지금 이 순간까지, 온갖 끈적한 범정에 휩쓸려 살아온 ‘내’가 완전히

‘나’이기를 그만두고, 온 우주가 통째로 ‘참 나’ 혼자뿐인 그런 경지에 가서 합해

야 하오. 그러기 위해선 할 일 아무 것도 없소. ‘내’가 죽어야 하오. ‘내’가 ‘나’이

기를 그쳐야 하오. 그 의식의 내용을 싹 비워야 하오.

　‘내’가 죽어야 한다커니, 온 우주가 ‘참 나’ 혼자 뿐이라커니 하고 말하니까 뭔

가 엄청나고 대단한 걸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소. 본래 있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또 죽을 수 있겠소? 단 한 마디만 제대로 알아들으면 끝나오. 많은 시간

과 노력을 들여 갈고닦은 그 공덕으로 ‘내’가 성불한다든가 성인이 되는 게 아니

오. 모두가 이미 부처고 모두가 이미 그 자리에 있소. 다만 제가 그 사실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헛되이 저 높은 곳에 깨달음의 자리니 성인의 경지니 하는 것을

매달아 놓고 헐떡헐떡 거리고 있는 거요. 여전히 이 있지도 않은 ‘나’를 고이고

섬기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