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세상이 온통 한 마음뿐이오. 그러니 벗어난다 커니, 벗어나기 위해 노력

한다 커니, 혹은 벗어났다 커니 하는 자는 전부 헛소리 하고 있는 거요. 대체

따로 누가 있어서 무엇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거요? 온통 하난데. 벗어나고 싶

고, 깨치고 싶고, 도달하고 싶고 등등, 마음뿐이라면 그게 전부 무슨 헛소리냔

말이오. 마음 이외에 벗어나고 깨치고 도달해야 할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어떤 법도 전부 마음이 지어낸 거요. 여러분 마음을 떠

나서는 그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시오. 마음이 그렇

다고 해서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거요. 그러니 이 마당이

되면 불법(佛法)이니 도(道)니 하는 것도 전부 헛소리요.

　아직도 이 고깃덩어리 육신을 수행의 주체인 줄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

놈이 확실하게 깨달아 훤칠한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계속 고

개를 쳐드는 거요. 그 ‘나’라는 놈이 죽질 못하기 때문에 계속 벗어나고 ‘싶고’,

깨치고 ‘싶고’, 도달하고 ‘싶고’, ‘싶고’ ‘싶고’가 끊이질 않는 거요. 그렇게 맨

날 원하고 바라는 게 많아 헐떡거리고 있는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시오. 욕심의

내용이 좀 바뀌었을 뿐, 그 모습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그런 사람은 수행

자도 아니고 구도자도 아니오.

　불과(佛果)는 이미 여러분 모두에게 충족하게 갖추어져 있소. 다만 그것을

믿지 못할 뿐이오. 그러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새로 불과를 얻을 수 있

다는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오. 반드시 인행(因行)을 닦아야만 훗날 그

보람으로 과보를 얻는다는, 그 생사법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살아온 뒤끝이라

좀처럼 그 생각을 여의지 못하는 거요. 믿으시오. 지금 각자 그 자리에 있소.

지금 있는 그대로 부처요. 그러니 새로 깨닫고 벗어나고 할 일이 전혀 없는 거

요. 다만 환화공신(幻化空身)이라면서도 모르는 사이에 빳빳이 고개를 쳐드는

그 ‘나’라는 놈이 깨끗이 숨을 죽인다면 그 경지는 이미 여러분 앞에 현현(顯現)

해 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