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게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여러분은 시작부터 전혀 잘못된 전제 위에

이 공부를 지어가려 하고 있소. 지금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나’라고 하는 그

놈은 전적으로 의식이 맺히고 엉킨 환상일 뿐, 아무것도 아니오. 환상이오, 환

상! 여러분이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그것도 마음이 아니고, 바로 그 의식을 갖

고 마음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거요. 그 참 마음은 인간의 의식으로 헤아리거

나 더듬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오. 늘 하는 말이지만,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맑

고 환히 비추어내는 거울을 생각해 보시오. 그 거울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비추어내지만 그 비추는 성품은 우리의 오관(五官)으로는 포착할

수가 없지 않소. 그렇게 찾으면 아무 데도 없지만, 인연만 닿으면 모든 걸 다

나투어내는 성품, 그것이 여러분의 참 마음이오.

　그 마음에 대하여 아무리 정교하고 철저하게 이름을 붙여 설명하고 개념화

해도 그것은 전부 의식의 영역 안의 소식이오. 말이나 글을 통해 설명되어 졌

다면 그것은 무조건 의식이오. 말과 글로는 미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이번

에는 기행을 일삼고 춤을 추고 요상한 짓거리를 해 보이는 것도 여전히 의식의

영역이오. 더 고약하게 꼬여버린 의식이오.

　결국 ‘깨달았다, 깨닫지 못했다’ 하는 말도 전부 부질없는 잠꼬대와 다르지

않소. 이 길에 들어선 사람 치고 깨달음을 지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요. 하

지만 성인이 말하는 깨달음은 여러분이 흔히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사전적

의미의 깨달음이 아니오. 지금까지는 몰랐다가 궁리 끝에 새로 알아내고, 지금

까지는 미혹했다가 그 미혹의 굴레를 벗어나 성인의 땅을 밟고 하는 등등, 그런

것을 흔히 깨달음이라고 하지 않소?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여러분 의식 속에 자

리 잡은 깨달음에 대한 선입견이 사람들의 수행을 전적으로 오도(誤導)하고 있

소. ‘깨달아야 되겠다’는 대명제를 앞에 놓고 사방팔방으로 그 의식의 더듬이로

계속 무언가를 더듬게 한단 말이오. 그렇게 쉼 없이 의식을 굴려 이 ‘나’에게 지

혜와 힘, 법력 등이 갖추어지게 하려는 모든 노력은 부처님 뜻과는 아무 상관없

소. 전혀 거꾸로 가는 거요. 고양이 눈빛과도 같은 그 의식이 우선 숨을 좀 죽여

야 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 수 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