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마음공부 한다’고 할 때에 공부라는 말은 세속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공부의 뜻과는 전혀 다른 거요. 세속에서처럼 어떤 강의나 강연을 듣고 지

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다든가 혹은 그를 통해서 지적

세계의 내적 충실을 기한다든가 하는 그런 사고방식은 맨 처음 출발부터

잘못된 거요.

　부처님법은 비법(非法)이기 때문에 온 누리에 두루해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소. ‘법이 아니다(非法)’라는 말은 뭔가를 결정적으로 이렇다고 혹

은 이렇지 않다고 알아듣는 중생의 그 고질적인 버릇을 떼어주기 위해 그렇

게 말한 거요. 그렇다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꼭 잊지 않고 간직해

지녀야 될 만한 법이 있는 거 같은 그 생각은 법이 있어도 엄청 완강한 법이

있는 것 아니오? 비법이라고 말할 때에는 ‘법이 없다’는 것조차도 없는 거요.

　이미 여러분은 모두 진리 가운데에 살고 있소. 그러면 왜 진리를 등지고

그렇게 계속 번뇌 걱정으로 편치 않은가? · · · · · · 본 바(所見), 안 바(所

知)가 생겼기 때문이오. 모든 것은 통틀어 하나의 참된 진리뿐이오. 이 말은

알음알이를 앞세워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을 분별해 놓고 그 사이에서

따지고 헤아리고 분별하고 하는 그런 일체의 지각활동이 범접할 수 없는 경

지를 말하는 거요.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진리가 아니오. 고작 진리에 대해 변

죽을 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소. 그러니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세간에서의 화

법(話法)대로 이 말을 이해하고 기억해 간직하면 전혀 거꾸로 가는 거요. 계

속 비워내야 할 사람이 오히려 계속 기억해 간직하려 하니 당연한 것 아니겠

소? 그래서 아무리 좋은 생각도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