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왜 그렇게 생각을 쉬질 못하오? 생명체에 생명이 있다커니 없다커니,

그런 희한한 생각을 굴려 심지어 생명이 없는 게 진실이라고 결론까지

내고, · · · · · · 그런 일련의 지견놀이가 질문자가 지금 당장 마음 밝혀

야 하는 마당에 무슨 공덕이 있는 거요? · · · · · · 괜히 아무 일도 없는

가운데 쓸데없는 생각을 굴려 먼지 피우지 마시오. 그저 아무 생각 없는

것이 제일 좋소. 그렇게 있다커니 없다커니 하는 논의를 전개하는 것 자

체가 불법(佛法)을 정면으로 비방하는 거요. 이렇다고 알아도 저렇다고

알아도 전부 허공에 획을 긋는 거요. 앎이 없는 게 좋소.

　안으로 ‘나’라고 할만한 ‘나’가 없소. 관찰의 주체가 없다 소리요. 바깥

으로도 상대해야 할 티끌만한 한 법도 없소. 살아있다커니 죽어있다커니

하는 논의 자체가 붙을 데가 없다는 소리요. 생명뿐 아니라 모든 ‘있다,

없다’하는 논의 자체가 몽땅 망발이오. 법문의 흐름이 지금 이 정도쯤 왔

으면, 일체 만법이 법이라고 할 만한 법이 없는 게 참된 법임을 알아야 하

오. 도무지 천지간에 텅 트여서 티끌 하나 없는 데에다가 법이니 법 아니

니 하는 논의를 시작한 게 전혀 망령된 거요. 인간이 머리로 쥐어짜낸 그

어떤 법도 아니요, 법 아닌 것도 아니오. 법, 법 하니 뭔가 대단한 것 같지

만 그저 인간이 한 생각 일으켜서 엉키면 그게 법이 되는 거요.

　인간이 법을 법으로 인식하는 데에 필요한 요건들, 모습, 이름, 뜻, 분별

이 전부 망령된 거요. 허공에다 획을 긋는 거요. 지금 현재 보고 듣는 것이,

보고 듣는 것인 채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오. 이 고깃덩어리는 허깨비요.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여러분의 참 몸은 모습도 없고 성품도 없고 이름

도 없소. 이런 주절주절 말도 안 붙소. 그런 부처의 참 몸을 현현(顯現)하

라고 지금 이 법좌가 펼쳐진 거요. 그런데 계속 그 알량한 지견만 굴리면서

있니 없니, 진실이니 거짓이니 하면서 문 밖에서 먼지만 피우니 어찌하면

좋소? 어서 성큼 문 안으로 들어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