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누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거요? 지금쯤 되면 안정됨과 산란함이 모두 다 마음

뿐이라는 사실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하오. 어서 근원으로 돌아가시오.

끄트머리에서 산란한 마음을 안정된 마음으로 바꿔치기 하려고 헛애 쓰지 말고.

안목이 밝아지게 되면 이 세상에 모습이 있고 뜻이 있는 온갖 것들은 전부 마음

의 거울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요. 실다운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거요.

　계속 산란함을 버리고 안정됨을 찾겠다는 마음이 쉬질 않는 모양인데, 사실은

지금 이 세상 이대로 고요하고 안정된 거요. 그대로 적멸(寂滅)하다고. 생사가

그대로 열반이오. 불법(佛法)에 인연 맺은 사람치고 불생불멸(不生不滅)이란 말

을 모르는 사람은 없소. 그 말의 뜻만 제대로 알아도 이것을 저것으로 바꿔치기

하려 한다거나, 혹은 그게 잘 안 된다고 끙끙거리는 그런 쓸데없는 짓들을 당장

쉴 수가 있소. 생기는 일도 없고 사라지는 일도 없다는 것은 지금 이 세상 이대로

적멸하다는 뜻이기 때문이오. 꿈속에서 아무리 시끄럽고 어지럽고 복잡한 일이

있어도 실제로는 아무 일 없는 것 아니오? 성인들이 중생들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거요. ‘아무 일 없음’이오.

　‘나’도 없고 ‘내 것’도 없소. 생기는 법도 없고 사라지는 법도 없소. 생겼다 잠시

머물렀다 변했다 사라지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네 가지 모습이 전부 다 꿈속

같아서 실답지 않은 거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세상이 그대로 무위(無爲)라는

얘기요. 아무 일 없는 거요. 그게 불생불멸의 참뜻이오. 그 뜻만 제대로 알아도 산

란함을 고요함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꾸려는 등의 억지

로 조작할 일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