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법이 본래 생사법이 아니오. 말하는 사람이 저 밖에 있고, 여기 앉아 있는 ‘내’

가 그 걸 들어서 그 말에 의지해 훗날 ‘내’가 깨달음을 얻겠다는 생각, 그건 아주 대

표적인 생사법이오. 그러니 이 말을 듣고 알아들으면 바보요, 못 알아들으면 멍청이

요. 늘 하는 소리지만 이 법은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 와는 전혀 상관없소. 본래 진리

가 말 속에 담길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말이 있는 거요. 따라서 말을

듣고 글을 읽고 정식(情識)으로 헤아리고 짐작하고 하는 것으로는 절대로 미칠 수

없음을 알아야 하오. 알고 모르고, 깨닫고 미혹하고 하는 알음알이로는 절대 상응할

수가 없는 거요. 이 말은 괜한 말이 아니오.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거요.

　여러분에게 질문하라 그래도 질문을 안 하지요? 왜 그렇겠소? 다 ‘알기’ 때문이오.

알면 틀리오. 진리는 언어화 될 수 없고, 개념화 될 수 없소. 따라서 말로 묻고 대답

하는 어간에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소. 그저 예전에 모르던 것을 질문을 통해

알아냄으로써 ‘나’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건 고작해야 탐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오. 전혀 거꾸로 가는 거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밖으로만 향

하는 빛을 돌이켜서 제 마음을 밝혀야 하는 거요.

　만법이 비었다 커니, 자체의 성품이 없다 커니, 그밖에 아무리 대단한 소리도 전부

방편으로 하는 소리요. 모두가 전부 만법이 실제로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있다’

는 집착에서 떼어주기 위해 만법이 비었다고 말하는 것뿐이오. 이럴 때에 또 만법이

비었다는 소리를 듣고 만법이 비었다고 알아들어 간직하면 이건 도무지 어찌할 도리

가 없소. 비었다면서도 알아들은 바, 알아들은 놈은 여전히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거요. 말로 문자로 설해진 것, 이건 전부 방편으로 한 소리요. 그런데 이걸 실제인 줄

알고 그 속에서 들추고 뚜지고 해서 뭔가를 알았다고 챙기고. · · · · · · 계속 이러면

서 그걸 공부로 알고 있으니 참으로 언제쯤이나 제 발부리를 보게 될지 답답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