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공부가 본래 지각활동을 통해 헤아리고 따지고 천착(穿鑿)해서 따라 들어가는

공부가 아니오. 언어화 되고 개념화 된 것은 전부 지각활동의 찌꺼기요. 팔만사천

법문도 마찬가지요. 나는 지금 여러분을 인간의 이 오염되고 굴절된 지각활동의 흙

탕물 속에서 건져내려고 하는데 여러분은 계속 그 속에서 안 나가겠다고 버팅기고

있는 꼴이오. 그게 무엇이었건 한 생각만 살풋 일어나도 지각활동, 알음알이가 고

개를 치켜든 거요.

　부처라는 생각, 깨달음이라는 생각, 해탈이라는 생각, 그게 무슨 생각이 됐건 한

생각 일어나기만 하면 취모검(吹毛劍: 머리카락이 한 올 떨어져도 두 동강이 나는

날카로운 칼)으로 바로 잘라버릴 수 있는, 그게 진정한 구도자요. 그럼에도 불구하

고 명색이 불자(佛子)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생각의 끝을 좇아 마냥 그 끄트머리에

서 옥신각신 옳으네 그르네 밀고 당기고 하고 있으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수행자라

할 수 있겠소? 이 법좌는 그렇게 법회 있는 날 ‘무슨 말 하나~?’ 하고 나들이 삼아

한번 들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오.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야말로 몸과 목숨

(身命)을 바쳐 바닥까지 투철하게 꿰뚫을 각오가 돼있지 않다면 와도 아무 소용없소.

　지각활동을 앞세워 이러쿵저러쿵 먼지 피우지 말고, 어서 그 지각활동을 있게 한

본래 성품을 밝혀야 하오.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도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어

쩔 수 없어서 지금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뿐이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참

성품(眞性)을 어떻게든 미혹한 대중에게 드러내 보이려 하는 것이 부처님이 영산회

상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오. 그 참성품에 대해 아무리 거룩하고 정교하게 올올히

드러냈다고 해도 그것 아니오. 그건 단지 지각작용을 더듬어 또 하나의 그럴싸한 알

음알이 하나 더 보탠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