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무엇을 생활이라고 하는 거요? 태어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사라지는 생주이멸

(生住異滅)이 생주이멸인 채로 생주이멸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무엇을 생활

이라고 하냔 말이오. 살아간다는 말은 흔히들 알고 있는 그런 게 아니오. 일체

만유는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지 주재자(主宰者)가 없소. 그러면 살아가는 데

에 있어서 주재자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소? · · · · · · 살아가기는 살아가

는데 살아가는 놈이 없다는 뜻이오. ‘나’라고 여기는 이 육신은 밥과 반찬의 기

운으로 있는 것뿐이지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그림자 같고 허깨비 같은 거요. 비

록 이목구비가 분명히 있어도 이놈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런 그

림자 같은 거라 소리요. 그런데 어리석게도 전부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말한다’고 철석 같이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거요 지금.

만법이 자체성이 없다는 얘기는 이 세상의 일체 존재는 빈 이름뿐이요, 빈 모습

뿐이요, 실체가 없다는 얘기요. 물론 그 안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오. 여러분

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어 모시는 경전에도 분명히 있지 않소. 보고 듣고 하

는 이대로인 채로 보고 듣고 하는 게 아니라고.(卽此見聞非見聞) 이 세상 온갖

것이 온갖 것인 채로 온갖 것이 아니라 소리요. 그런데도 계속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실제인 줄 알고 늘 거기에 코가 닷 자나 빠져서 사네 못 사네 그러

고 있다면, 겉으로는 수행자인양 남들 앞에서 그럴싸한 얘기 늘어놓을지는 몰라

도, 그 사람은 전혀 부처님 뜻을 받아가질 준비조차 안 된 사람이오. 각자 스스

로를 돌아보시오. 자기 자신을 속여 무엇 하겠소?

무슨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참으로 진지하고 철저하게

그 바닥을 꿰뚫어야 하오. 그저 ‘늘 듣던 소리구나’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면 그 사람은 영영 깨달을 분수는 없소. · · · · · · 이 견문에 즉해서

견문이 아니라 말이 참으로 사실이라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

겠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