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본체는 알 수 없소. 눈으로 눈 자체는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 본체는

본래 모습도 없고, 성품도 없고, 작용도 없는 거요. 여기서 ‘없다’라는 말을 ‘있

다, 없다’의 상대 개념으로 생각하지 마시오. 있다커니 없다커니 본체에 관해

서 어떻게 알아도 그건 알음알이요. 본체는 일찍이 문턱을 넘는 일이 없기 때

문이오. 본체에 관해서 경전에 이러저러한 설명이 있지만, 그것은 본체에 관한

생각이지 본체 그 자체는 아닌 거요. 가령 관악산을 보고 와서 내가 이러쿵저

러쿵 말을 한다 해도, 그것은 관악산에 대한 이러저러한 나의 본 바, 나의 생각

이지 관악산 그 자체는 아니라 소리요.

　본체, 다른 말로 우리의 ‘앎의 성품’은 찾으면 아무데도 없지만 인연만 닿으

면 소리도 나고 바람도 나고 다 나투어 내는 거요. 그런데 인간의 오관(五官)

으로는 그 성품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어리석은 중생이 그것을 아

예 없는 것으로 알고, 으레 전부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한다’고 생각하

는 거요. 환화공신(幻化空身) 이놈은 작용이 없소. 인연화합으로 있는 모든 삼

라만상이 마찬가지요.

　인연화합으로 있는 것은 자체로는 성품이 없소. 그런데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은 전부 인연생기(因緣生起)지 않소? 그러니 이 세상 삼라만상 그 어떤

것도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거요. 바다의 천파만파가 전

부 물에 의지해 잠시잠깐 인연 따라 있는 것임에도 그 본체인 물은 전혀 망각하

고 천파만파가 전부 제각각 작용의 주체인 실체인줄 알고 있는 거요. · · · · · ·

지금 그렇게 묻고 이렇게 대답하고 하는 모든 일이, 지금 그 본체가 제 자리에

서 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요. 그 자리는 더 이상 인간의 사유로 인

지될 수 있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오. 이렇게 인식하게 하는 그것이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