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현상법 가운데에서 진실을 봐야 하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인연 따라 출렁출렁 하는 겉모양에만 코를 꿰여, 그것을 실제인 줄 알고 울고 웃

고 지지고 볶고 하느라 그렇게 심신이 늘 피곤한 거요. 이 육신은 본래 느낌이

없소. 느낌은 전부 몸과 입과 뜻(身口意)으로 말미암아 있게 되는 업(業)이오.

하지만 허깨비 같고, 도깨비 같고, 빈, 그런 사람(幻化空身)의 몸과 입과 뜻으로

빚어낸 것이 업이니, 그건 전혀 실제가 아닌 거요. 그런 건 본래 없는 거요. 전부

환상이오.

　맑은 거울은 모든 사물을 비판도 분석도 함이 없이, 취하고 버리는 일도 없이,

늘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추지 않소? 그게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그런데 그 맑

고 여여한 맑은 거울 같은 본래 마음은 한참 등지고는, 그저 보고 듣고 하는 대로

어떻다고 저떻다고 이름 짓고 판단하고 시끄럽게 옥신각신 하고 있는 거요. 그러

니 피곤하겠소, 안 피곤하겠소? 설사 피곤하다 해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피곤

하다고 짓는 것일 뿐,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피곤한 적도 안 피곤한 적도 없소.

피곤하니 안 피곤하니, 그게 전부 인간이 몸과 입과 뜻을 굴려 헛되이 지어낸 느

낌, 둘째 자리요. 본래 그 자리엔 그런 것 없소. 그 어떤 인간의 사량분별도 붙을

여지가 없소. 인연 따라 피곤하다고 지으면 그냥 피곤하다고 나투어 응해줄 뿐이

오. 맑은 거울처럼.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이 다 비었다고 했소. 그러니 모든 느낌(受)

은 빈 거요. 부처님 제자를 자처하며 마음공부 한다는 사람이, 부처님 말씀의 요체

인, 느낌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전부 꿈같고 환 같아 전부 빈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

이 들으면서도 계속 목전의 모든 현상을 전부 실제로 보고 거기에 코가 꿰여 느낌

을 좇고 울그락불그락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수행자라 할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