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한 그 말의 뜻을 아시오? 만법이 비었으면 그것으로 끝이오. 만법이

비었는데 뭘 그 뒤로 주절주절 꼬리를 물고 말이 이어질 일이 있겠소? 전부

비었다면서. · · · · · · 만법이 비었다는 말은 부처님 말씀이오. 그런데도 불

자(佛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온통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굴려서 삶의 계교를 꾸미는 데에 정신이 없소. 이 가죽주머니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 비었다고 제 입으로 말하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전부 비었으니 아무것도 볼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고, 그냥

쭉 뻗어버리고는 무기(無記)에 빠져버리고 마니, 이러면 이렇다고만 알고 저

러면 저렇다고만 아는 칠통 소리를 면치 못하는 거요. 만법이 비었는데, 비었

으니까 어째 보겠다며 이어지는 모든 말과 행동은 전부 유위행이요, 몽땅 망

령된 거요. 만법이 비었으면 그 말조차도 다 빈 것임을 왜 알아채지 못하는

거요?

　진리는 말이 없소. 만법이 비었다커니, 만법이 실제라커니, 그런 말 자체가

본래 필요 없소. 뭇 중생이 전부 실제라고 보고 목을 매달고 헐떡대니, “그게

전부 빈 것이니 헐떡이지 말고 다 쉬어라”하고 성인들이 일러주신 것뿐이오.

그게 전혀 매달릴 일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비었다고 말하는 것

뿐인데, 다시 비었다는 말을 추켜들고 흔들고 다닌다면 그것은 전혀 빈 것이

아니지 않소? 만법이 비었다고 알아듣는 놈이나, 그 알아들은 바나 그게 몽땅

다 빈 거요. 능소(能所)가 다해서 아무것도 없고, 없다는 것조차 없는, 그래서

아무것도 새로 구하고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면 그게 바로 부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