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심성(心性)은 이미 누구에게나 고루 갖추어져 있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행하고 수련하고 갈고 닦아서 새로이 완성되어지는 그런 게 아니오. 본래 스스

로 청정하고 온전하오. 바다의 물결이 잔잔하거나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거나 상관

없이 바다는 늘 그대로 바다이듯이 심성도 마찬가지요. 일찍이 문턱을 넘은 일이

없소. 세상이 아무리 난리법석을 떨어도 허공이 이지러지거나 물들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거요.

　제대로 된 수행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물을 보는 우리의 안목이―본래는

가(邊)도 없고 맺힌 곳이 없는 한량없는 안목이― 아주 협열(狹劣)하고 편향되게 한

쪽으로 쏠려 붙어 뒤틀려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거요. 있지도 않은 ‘나’를 ‘나’로

삼아 그로부터 자기중심적인 관점과 척도로 모든 것을 재단하기 시작하면서 뒤틀

려 버린 거요. 그래서 여러분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지행(止行)이오. 모든 지각활동

을 그치는 거요. 그것은 업(業)을 짓는 일체의 활동을 포함하오. 이것은 이 세상이

몽땅 업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요. ‘나’ 아닌 ‘나’를

‘나’인 줄 알고, 이 몸과 입과 뜻(身口意)을 굴리면서 살아가는 삶의 주체로서의

‘나’가 있다고 여기는 그 망령된 생각을 우선 뿌리 뽑아야 하오.

　보이는 게 있고 들리는 게 있으면 전부 망령된 거요. 실제로는 텅 트여서 자타(自

他)가 없고 능소(能所)가 없는 것이 진실임에도, 터무니없이 ‘나’란 놈을 세워 뒤집

어쓰면서부터 능소가 생기고 능관(能觀) 소관(所觀)이 뚜렷하게 있는 것으로 보이

게 된 거요.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인연이 가짜로 어울렀을 뿐 실체가 없는 거요.

‘나’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전부 인연이 어우른 거요. 그럼 그 모든 인연들을 원

래의 자기 자리로 돌리고 나면 거기엔 본래 아무것도 없었던 거요. 지금 눈앞의 모

든 것, ‘나’까지 포함해서, 그게 몽땅 다 없는 거요. 그게 진실이오. 누가 공부를 하

고, 누가 훤칠한 안목을 갖출 거며, 누가 힘들단 말이오? 시종일관 전부 잠꼬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