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말 그대로 창조적인 삶이라면 누가 그것에 대해 일러줄 수 있겠소? 또 그걸

누구한테 물을 수 있겠소? 그러니 “어떤 것이 창조적인 삶입니까?” 하고 묻는

것은 그 물음 자체가 잘못 된 거요. 창조적인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일러

준다면 물은 사람은 자기가 알아들은 바대로 행동을 할 텐데 그렇다면 그게 어

떻게 창조적인 삶일 수 있겠소? 이러이러한 게 창조적인 것이라 알아듣고 그

알아들은 바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것은 전혀 창조적이지 않은 거요.

　도(道)도 마찬가지요. 순간순간 앎이 없고, 순간순간 머묾이 없어서 전혀 자

취가 없으니 그런 사람은 매 순간순간이 새로울 뿐이오. 갓 태어난 어린 아기가

처음 대하는 이 세상이 어떻겠는가 상상을 한번 해 보시오. 거기엔 처덕처덕 쌓

아온 기존의 알음알이, 상식, 그런 따위는 전혀 없소. 매 순간순간이 새롭고 경

이로움일 거요. 여러분 앞에 펼쳐진 세상도 그와 다르지 않소. 매 순간순간이

새로운 거요. 한 순간도 똑 같은 것이 죽 이어지는 경우는 없소. 신진대사(新陳

代謝)에 대해 다시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면전에 펼쳐진 삼라만상, 그 삼라만

상을 바라보는 여기 이 ‘나’ 조차도 한 순간도 지속되는 경우는 없소. 매 순간

새로운 것이 와서 낡은 것을 대체하고 있소. 방금 전의 ‘나’가 지금의 ‘나’가 아

니오. 그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도 계속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고, 오늘의 ‘내’

가 내일의 ‘나’요, 눈앞에 펼쳐진 세상 또한 그러하다고, 전혀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는 거요.

　순간순간 새로운 세상을 대하면서도 계속 기존의 알음알이, 기존의 상식을

덮어씌워 세상을 본다면 그 사람에겐 그 어떤 창조적인 삶도 있을 수 없소. 어

떤 사물을 볼 때, 그 사물과 연관된 묵은 기억이 현재에 흘러넘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소. 하지만 잊지 마시오. 아무 전제도 없

고자 하는, 그 무엇에도 구애받음이 없고자 하는 그 생각이 이미 그 마음의 흐

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참으로 미묘하고 삼엄한 길이오, 이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