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부처님이 어느 날 제자인 부르나에게 물었소.

“물건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쪼개면 무엇이

되느냐?”하니, 부르나가 대답하기를,

“미진(微塵)이 됩니다.” 하니, 부처님이 다시 물었소.

“그 미진을 다시 일곱 조각내면 무엇이 되느냐?”

“ · · · · · · 인허진(隣虛塵, 허공에 바로 이웃한 먼지)이 됩니다.”

“그럼 그 인허진을 다시 쪼개면 무엇이 되느냐?”

“ · · · · · · 허공이 됩니다.” 하고 답하니, 부처님이 다시 묻기를,

“그럼 반대로 허공이 몇 개 모이면 인허진이 되느냐?” 하시니, 부르나가 생각 끝

에 답했소.

“허공은 아무리 모아도 인허진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눈앞에 펼쳐진 모든 삼라만상을 전혀 의심할 여지없는 실체로 보며 사

고를 굴리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은 일정한 모양과 질량

을 갖는 물질적 실체라고 당연히 여기지만, 부처님과 부르나의 대화에서 보듯 조

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세상 만법의 근본은 전부 허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소.

　이 세상 일체만유의 구경(究竟)이 몽땅 허공성이요. 일체만법의 성품인 법성

(法性)이 바로 허공성이요, 무생성(無生性)이오. 2500년 전 부처님께서 설파하

신 이 사실이 불과 100년 전에 첨단 과학을 하는 과학자들에 의해 종교나 철학

을 배제한 순수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돼 마치기까지 했소. 자, 그런데도 아직

성큼 문 안으로 들어와 그 본래 마음자리에 정좌할 생각을 않고, 계속 문 밖에서

뭔가를 실체로 보고 서로 밀고 당기고 옥신각신, 실체도 아닌 이 ‘내’가 보다 편

안하고 안정되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온갖 계교를 꾸미고 사는 것, 그것이 태

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들이 하는 전부 아니오? 만법의 근본이 허공성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모르거니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짓을 계속 한다면 그 사람

은 절대로 구원받을 길이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