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고요한 거 같건 시끄러운 거 같건 그건 다 느낌이오. 느낌은 의식이오. 고요하건

시끄럽건 그건 다 둘째 자리요. 물속의 달그림자 같은 거요. 그렇게 의식을 갖고

요리조리 들춰보며 끄트머리에서 먼지만 피우지 말고, 어서 성큼 그 바깥으로만 내

닫는 의식을 되돌려 그 본래 자리, 마음을 밝혀야 하오. 하늘 땅 삼라만상이 오로지

마음뿐, 마음 바깥에는 한 법도 없다는 사실을 참으로 깊이 체달해야 하오. 세상만

사가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고정불변한 절대 진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아

니고, 이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말아내는 한 생각 끝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하오. 그것은 이미 100년 전에 순수히 과학의 힘으로 밝혀진 객관적 사

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사실이 믿기질 않는 거요. 그 업의 뿌리가 그만큼 깊은

거요.

　보고 듣고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이 고깃덩어리를 ‘나’로 알고 익혔던 지각활동

의 잔재요. 지각(知覺)이라는 것이 주체와 객체가 있어서 그 두 관찰자와 관찰대상

이 마주 보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 아니오? 그런데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관찰

자와 관찰대상이 몽땅 실체가 없는 거라면 도대체 지각한다는 것은 무슨 소리요?

그래서 법과 법이 서로 내는 법도 없고 들이는 법도 없고, 마주 보는 법도, 알아보는

법도 없다는 소리를 하는 거요.

　모든 법은 자체로 성품이 없소. 자체의 성품이 없다 소리는, 그러한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요. 따라서 이것으로 말미암아 저것이 있다는 생각은 인

간의 터무니없는 환상이오. 모든 것을 독립적인 실체로 봤기 때문에 생긴 오해요.

그러니 이것과 저것 사이의 인과관계, 상호관계 등등 모든 관계는 전부 허구요. 다

만 생각으로만 그렇다고 여기고 있는 거요. 면전의 보고 듣고 하는 일이 몽땅 꿈같

고 환(幻) 같은 거라 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