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무엇이 또 알아지지가 않아서

그렇게 고민이오? 알고 모르는 것과 상관없다는 사실이 하나의 지견으로 남

아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무는 거요. 늘 하는 소리요. 무슨

말을 들었거든 그 말뜻을 깊이 사무쳐야 하오. 그저 상식선에서 “그렇다더라”

하고 넘어가버리면 고만고만한 지견들 사이에서 계속 먼지만 뽀얗게 일 뿐,

절대 그 경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소.

　안으로 ‘나’라고 할만한 ‘나’가 없고, 밖으로 티끌 하나 상대할 대상이 없으

니, 본래 안팎으로 문제가 아무것도 없는 거요.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소? 수행

의 주체가 늘 ‘나’ 아니오? ‘내’가 저 대상을 취해야 하는가 취하지 말아야 하

는가, 있다고 봐야 하는가 없다고 봐야 하는가 등등. · · · · · · 어떻게 알아도

잘못 아는 거요. 벌써 자기 근본을 등지고 알음알이를 지어서 밖으로 내달은

거요. 그러니 잘 한 건가, 잘못 한 건가가 늘 문제가 될 수밖에. 텅 트인 허공

에 무슨 안팎이 있고, 자타가 있을 수 있겠소? 이 몸뚱아리를 취해 ‘나’로 삼

았기 때문에 나와 남, 지금, 여기, 가깝고, 멀고 등이 생기게 된 거요. 그게 다

생각만으로 지어낸 환상이라는 것이 부처님 말씀의 요체요.

　텅 트인 허공이라는 말을 듣고 혹시 아무것도 없는 넓은 빈 공간이라는 새

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아니오? 그 말도 단지, 거기엔 도무지 방소(方所)

가 없다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빈 말에 불과하오. 텅 트였다 커니, 사사

건건 나뉘었다 커니 하는 숱한 말들도, 참으로 텅 트인 허공이 드러나게 되면

전부 빈 말, 빈 소리에 불과하오. 사사건건 다른 것이 그대로 텅 트인 하나요,

천파만파가 그대로 하나의 대해(大海)요.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 깊은 뜻을

참으로 절절하게 사무쳐야 하오.